페니 주식의 탐욕과 중독의 덫
마법의 10배 수익률이라는 환상은 강민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는 300만 원의 초기 자본으로는 빚 1,500만 원을 갚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했다. 강민은 속도와 효율을 원했다. 그는 증권사의 신용융자 기능을 발견하고, 금지된 레버리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강민을 파멸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정적인 한 걸음이었다. 이제 그의 손익은 곱절이 아닌 제곱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300만 원의 한계: 자유를 위한 조급함
강민은 300만 원을 전액 투자하여 일주일 만에 100만 원의 수익을 추가로 올렸다. 그의 총자산은 400만 원이 되었다. 이는 분명 놀라운 성과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4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너무 작게 보였다. 그는 빚 1,500만 원에서 아직 1,100만 원이 더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복학까지 남은 시간은 단 두 달이었다. 그는 복학 전에 빚을 청산하고, 등록금까지 벌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루에 10% 수익을 내도, 1,100만 원을 모으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 너무 느려.” 강민은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초조함과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는 더 큰 자본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더 큰 자본을 투입해야 마법의 10배 수익률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강민은 증권사 앱을 뒤졌다. 그의 시선은 ‘신용거래‘ 혹은 ‘마진 계좌‘라는 항목에 고정되었다. 이는 자신의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흔히 말하는 레버리지(Leverage)였다. 그는 미국 페니 주식의 극악한 변동성에서 살아남았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민은 자신이 다른 평범한 투자자들과는 달리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강민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을 비웃었다. 그는 왜 그들이 이렇게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 레버리지는 도박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구였다. 강민은 이제 페니 주식 시장에서 승리자가 되는 길은 오직 자본 규모를 늘리는 것뿐이라고 믿었다.
증권사의 유혹: 신용융자라는 달콤한 독
강민은 즉시 증권사 앱을 통해 신용융자를 신청했다. 그의 초기 시드 300만 원과 현재 수익 100만 원을 합친 400만 원의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는 약 800만 원의 추가 자금을 빌려주었다. 강민의 총 운용 가능 자금은 순식간에 1,200만 원이 되었다. 강민은 자신의 계좌에 찍힌 12,000 USD에 가까운 잔액을 보고 숨을 멈췄다.
“100만 원으로 100만 원을 벌었는데, 1,200만 원이면…?” 강민의 머릿속은 계산기로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하루 10%의 수익만 올려도 120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이틀이면 240만 원이다. 열흘이면 빚 1,500만 원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그는 승리의 예감에 도취되었다.
강민은 신용융자 약관을 대충 훑어보았다. 담보 유지 비율, 마진콜(Margin Call)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마진콜은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강제로 주식을 청산해버리는 규정이었다. 이는 강제청산을 의미했다. 강민은 이 위험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질 리 없다고 확신했다. 강민은 ‘손절매(Stop Loss)’ 원칙만 철저히 지키면 마진콜은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는 1,200만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가지고 밤 10시 30분 개장을 기다렸다. 강민은 이번에는 확실하고 폭발적인 종목이 필요했다. 그는 며칠간 커뮤니티에서 언급량이 급증한 ‘AI-Powered EV Battery’ 관련 미국 페니 주식 ‘Tesla Junior’ (TJ Corp)를 발견했다. 이 주식은 $0.85에 거래되고 있었고, 새벽 4시경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익명의 정보가 돌고 있었다. 강민은 이 정보에 자신의 모든 레버리지 자금을 걸 준비를 마쳤다.
1억 원의 착시: 터지지 않은 승리의 포효
다음 날 밤, 강민은 신용융자를 포함한 1,200만 원의 모든 자금을 ‘TJ Corp’ 주식에 투입했다. $0.85에 약 14,000주를 매수했다. 강민의 손은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탐욕과 오만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강민이 매수하자마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밤 11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TJ Corp 주식은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강민의 눈앞에서 주가는 $0.90, $1.00, $1.20을 돌파했다. 강민의 심장은 흥분으로 벅차올랐다. 새벽 3시 40분. TJ Corp는 $1.50을 찍었다. 강민이 매수한 가격보다 76%가 상승한 것이다.
강민은 급히 수익률을 확인했다. 1,200만 원이던 계좌는 순식간에 2,112만 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단 하루 밤 만에 빚 1,500만 원을 모두 갚고도 600만 원이 남는 금액이었다. 강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고독한 방 안에서 터지지 않은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내가 해냈어! 드디어 해냈다고!”
강민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글썽였다. 빚에 시달리던 26세 복학생에서 단숨에 2천만 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영리한 트레이더’가 된 것이다. 그는 $1.50에 전량 매도 버튼을 눌렀다. 주문은 성공적으로 체결되었다. 강민은 1,200만 원을 가지고 하루 만에 912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마법의 10배 수익률은 아니었지만, 레버리지를 통해 단숨에 엄청난 수익을 낸 셈이었다.
강민은 화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빚은 사라졌다. 그는 당장 복학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느꼈다. 하지만 그는 신용융자로 인해 자신의 원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시장에 노출했다는 사실의 위험성을 망각했다. 그는 탐욕이라는 독에 깊이 취해 있었다. 강민은 이제 2천만 원을 가지고 1억 원을 벌기 위해, 다음 거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행복이 곧 닥쳐올 파멸의 전주곡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의 발밑에는 마진콜이라는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