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하는 충격적인 사례가 현실화되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학습 솔루션 기업 체그(Chegg)는 생성형 AI 챗봇 챗GPT(ChatGPT)의 등장 이후 유료 이용자 이탈이 급증하였습니다. 유료 이용자의 이탈로 인해 회사는 경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체그는 전체 직원의 45%에 달하는 388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경고가 추상적인 우려가 아니라, 이미 기업 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한때 주가가 115달러를 돌파했던 체그는, 불과 몇 년 만에 1.45달러(최고점 대비 99% 폭락)로 추락했습니다. 시가총액 약 147억 달러가 증발하며, 한 시대의 성장 신화가 무너진 셈입니다. 본 글에서는 체그가 겪고 있는 ‘AI 충격’의 배경을 분석하고, 매출 급락과 주가 폭락의 구체적인 실태를 살펴봅니다. 이어 체그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독립 상장 기업 유지’와 ‘B2B 스킬링 시장 전환’이라는 파격적인 구조조정 전략을 심층적으로 조망합니다.
AI 충격: 챗GPT가 체그를 강타한 배경
체그는 구독 기반의 서비스로, 학생들이 학습 중 수학, 화학, 숙제 등의 문제에 막힐 때 전문가에게 질문하면 정답과 상세한 풀이를 제공하여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체그한다(Chegging)’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학습 지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었습니다. 하지만 챗GPT의 등장은 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순식간에 파괴했습니다.
‘유료 전문가’를 대체한 ‘무료 AI 가정교사’
체그의 유료 구독 서비스는 학생들에게 문제 풀이 및 학습 지원을 제공했었습니다. 챗GPT는 이와 유사하거나 때로는 더 우수한 답변을 무료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체그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기다려야 했던 과정을 챗GPT가 실시간으로 해결해주면서, 학생들이 유료 구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체그 CEO는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월부터 학생들이 챗GPT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규 고객 증가율에 눈에 띄는 영향이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발표 직후 체그의 주가는 하루 만에 48%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는 AI가 특정 산업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검색 트래픽 감소의 이중고
AI의 충격과 더불어 체그는 구글의 검색 트래픽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체그는 구글 검색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 페이지로 유입되는 트래픽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그러나 구글 또한 검색 결과에서 AI 요약을 제공하거나, AI 챗봇이 질문에 바로 답변하는 기능을 강화하면서 체그와 같은 콘텐츠 게시자로 향하는 트래픽이 급감했습니다. 체그는 이에 대해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AI 환경 변화로 인한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의 핵심 내용
심각한 실적 악화에 직면한 체그는 생존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 개편을 포함한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직원 45% 해고로 비용 절감
체그는 2025년 10월 27일(현지시각) 발표를 통해 전체 인력의 약 45%를 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2023년 5월에도 인력의 22%를 해고했던 체그는 이번 추가 감축을 통해 2026년까지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비용을 약 1억~1억 1천만 달러 절감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인력 감축은 급감한 매출 규모에 맞춰 기업의 몸집을 줄이고, 현금 흐름을 개선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해석됩니다.
B2B 스킬링 시장으로의 전환
구조조정의 핵심은 사업의 무게 중심을 기존의 개인 소비자 대상(B2C) 학술 학습 지원에서 기업 대상(B2B) 스킬링(Skilling)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체그는 4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전문 언어 학습, 직장 준비, AI 기반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 ‘스킬링’ 부문에 집중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2025년 이 분야에서 약 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26년에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립 상장 유지와 미래 불확실성
체그는 지난 1년간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아 인수합병(M&A), 상장폐지(Delisting), 독립 기업 유지 등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결국 체그는 장기적인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독립적인 상장 기업으로 남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창업자 CEO 복귀와 AI 대응책
이번 구조조정에는 창업자인 다니엘 로젠스웨그가 CEO직에 복귀하고, 기존 CEO는 이사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영진 교체도 포함되었습니다. 로젠스웨그 CEO는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한 ‘체그메이트(Cheggmate)’와 같은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해 기존 서비스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B2B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존 전략의 불확실성
다만, 월가에서는 이러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체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체그의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37.4% 감소하고, 2026년에도 추가 감소가 예상되는 등 단기적인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B2B 스킬링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은 불확실하며, 자체 전략만으로 거대한 AI 경쟁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AI 시대,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의
미국 온라인 교육업체 체그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례는 AI가 특정 산업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단기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무료로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챗GPT는 유료 콘텐츠 제공이라는 체그의 가치 제안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충격 속에서 체그가 인력 감축과 B2B 스킬링 시장으로의 전환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AI 시대의 기업들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AI가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가치와 자신이 유료로 제공해야 할 가치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체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체그의 생존 전략 성공 여부는 AI 시대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