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리걸 쇼크, 톰슨 로이터 20% 폭락과 SaaS 대멸종의 시작인가?

앤트로픽 리걸 쇼크, 톰슨 로이터 20% 폭락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대멸종

앤트로픽이 선보인 새로운 법률 특화 AI 모델이 업계 1위인 톰슨 로이터의 주가를 단 하루 만에 20%나 폭락시키며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많은 투자자와 현업 종사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수십 년간 IT 업계를 지배해 온 구독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이 종말을 맞이하는 ‘대멸종’의 신호탄인지 강한 의구심을 품고 계십니다. 이번 글에서는 앤트로픽 리걸 쇼크의 본질적인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예견되는 SaaS 시장의 구조적 붕괴와 다가올 AI 네이티브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생존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톰슨 로이터 20% 폭락의 해부: 난공불락의 해자가 무너진 날

독점적 데이터의 가치 하락과 AI 추론 능력의 승리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 TRI)는 그동안 ‘웨스트로(Westlaw)’라는 강력한 법률 정보 플랫폼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제적 해자(Moat)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들이 보유한 방대한 판례 데이터와 법률 주석은 변호사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으며, 이는 높은 구독료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앤트로픽이 이번에 공개한 법률 특화 모델은 단순히 데이터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복잡한 소송 기록을 입력하면 단 몇 초 만에 쟁점을 파악하고, 관련 판례를 인용하여 승소 확률이 가장 높은 법리적 논리를 구성해 내는 ‘추론(Reasoning)’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시장이 충격을 받은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그 데이터를 더 잘 해석하고 결과를 도출하느냐”로 패러다임이 이동했습니다. 앤트로픽의 AI는 톰슨 로이터가 가진 독점적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지 않고도, 공개된 법률 데이터와 자체적인 고도화된 추론 능력을 결합하여 웨스트로를 능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톰슨 로이터가 가진 데이터의 독점적 가치가 AI의 지능에 의해 희석될 수 있음을 시장이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비용 구독 모델의 붕괴: Seat-based Pricing의 한계

톰슨 로이터의 주가 폭락은 단순히 기술적 격차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들의 수익 모델인 ‘라이선스당 과금(Per-seat Pricing)’ 모델이 근본적인 위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로펌들은 그동안 수백 명의 변호사와 패러리걸(법률 보조원)을 위해 거액의 웨스트로 구독료를 지불해 왔습니다. 하지만 앤트로픽의 모델은 주니어 변호사나 리서치 보조원이 며칠 걸려 수행하던 업무를 거의 실시간으로, 그것도 10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처리해 냈습니다.

투자자들은 즉각적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로펌이 AI를 도입하여 리서치 인력을 30%만 줄여도, 톰슨 로이터가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의 개수는 급감하게 됩니다. 더욱이 앤트로픽의 API 비용은 기존 SaaS 구독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합니다. ‘고정비 성격의 고가 구독료’에서 ‘사용한 만큼만 내는 저렴한 유틸리티 비용’으로의 전환은 톰슨 로이터의 매출 구조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공포가 투매(Panic Selling)로 이어진 것입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대멸종 시나리오: 도구에서 노동력으로

SaaS의 황금기 종료: 도구(Tool)로서의 소프트웨어의 한계

지난 15년은 의심할 여지 없는 SaaS의 황금기였습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어도비(Adobe), 서비스나우(ServiceNow) 등은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를 제공하며 시가총액을 불려 왔습니다. 이들의 성장 공식은 간단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여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면, 그만큼 더 많은 소프트웨어 계정이 필요해지고, SaaS 기업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였습니다. 즉, SaaS의 성장은 ‘인간 노동력의 증가’와 궤를 같이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 특히 에이전트(Agent) 기능을 갖춘 AI의 등장은 이 공식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AI는 그 자체로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노동력(Digital Worker)’입니다. 인간 직원이 하던 일을 AI가 직접 수행하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직원 수에 비례하여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앤트로픽의 이번 리걸 쇼크는 법률 분야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는 곧 마케팅, 디자인, 코딩, 고객 응대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될 것입니다. ‘도구’를 파는 기업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AI 기업에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워크플로우의 통합과 ‘인터페이스의 소멸’

기존 SaaS 애플리케이션들은 각자 고유의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세일즈포스의 사용법을 익혀야 했고, 포토샵의 기능을 배워야 했습니다. 이러한 학습 곡선은 고객이 다른 소프트웨어로 갈아타지 못하게 하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 역할을 하며 SaaS 기업의 해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와 같은 고도화된 AI 모델은 자연어 대화만으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복잡한 메뉴를 찾아 클릭할 필요 없이, “지난달 판례 중 우리 사건과 유사한 것을 찾아 요약해 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는 SaaS 기업들이 자랑하던 화려한 UI와 UX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AI가 백엔드 API와 직접 통신하여 업무를 처리하게 되면, 인간을 위한 시각적 인터페이스는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됩니다. 인터페이스가 사라진다는 것은 브랜드의 노출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범용 AI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Commoditization)를 초래할 것입니다.

 

톰슨 로이터 다음은 누구인가? 타 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

법률 시장은 텍스트 중심적이고 논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LLM(거대언어모델)이 가장 먼저 침투하기 좋은 분야였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타겟은 어디일까요?

고객 관계 관리(CRM) 및 영업: 세일즈포스와 같은 기업들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영업 사원이 고객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이메일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미팅을 잡고, 제안서를 보냅니다. 영업 사원의 수가 줄어들면 CRM 라이선스 매출도 감소합니다.

그래픽 디자인 및 창작: 어도비 역시 생성형 AI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포토샵 툴을 하나하나 조작하는 시간보다, AI에게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수정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빠릅니다. 이는 디자이너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결과적으로 필요한 디자이너의 총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코딩 및 개발: 깃허브 코파일럿이나 커서(Cursor)와 같은 도구는 이미 개발자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초급 개발자의 코딩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개발 툴 시장의 라이선스 구조도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인지 능력과 판단이 필요한 모든 화이트칼라 업무 영역의 SaaS는 ‘앤트로픽 리걸 쇼크’와 유사한 충격을 겪게 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앤트로픽 모델의 기술적 우위와 시장의 오판

RAG(검색 증강 생성)의 한계를 뛰어넘은 롱 컨텍스트와 추론

기존의 리걸 테크 AI들은 대부분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방식에 의존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문서를 검색(Retrieval)하고, 이를 요약하여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검색된 문서의 품질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문서 간의 복잡한 논리적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앤트로픽이 보여준 기술적 성취는 압도적인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와 ‘체인 오브 소트(Chain of Thought)’ 추론 능력에 있습니다.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는 소송 기록 전체를 한 번에 입력받아(Long Context), AI가 스스로 사건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하고, 모순되는 진술을 찾아내며, 법리적 허점을 파헤치는 과정은 인간 숙련 변호사의 사고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시장은 그동안 AI를 단순히 ‘빠른 검색기’ 정도로 과소평가했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AI가 ‘사고하는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데이터 해자의 붕괴: 공개 데이터로 충분한 세상

많은 전문가가 “그래도 데이터는 톰슨 로이터가 쥐고 있다”라고 말하며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딥러닝의 발전은 데이터의 양보다 질, 그리고 데이터를 학습하는 모델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법률 데이터의 상당수는 판결문과 법령 등 공개된 정보(Public Domain)입니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공개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의 활용입니다. AI가 스스로 법률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이를 다시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여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톰슨 로이터가 수십 년간 축적한 데이터의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훨씬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데이터의 독점이 깨진 곳에 남는 것은 모델의 성능 경쟁뿐이며, 이는 테크 자이언트들의 전장이지 전통적인 정보 서비스 기업의 무대가 아닙니다.


살아남을 SaaS와 사라질 SaaS

Vertical AI의 부상과 수평적 SaaS의 몰락

SaaS의 대멸종이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AI를 중심으로 재편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을 기업은 ‘수평적(Horizontal) SaaS’가 아닌 ‘수직적(Vertical) AI’ 기업이 될 것입니다.

몰락 위기 (Horizontal SaaS): 노션, 슬랙, 줌과 같이 모든 산업군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도구들은 거대 AI 모델(LLM)에 기능이 흡수될 가능성이 큽니다. “회의록 정리해 줘”, “문서 작성해 줘” 같은 기능은 이제 OS나 LLM의 기본 기능이 되기 때문입니다.

생존 기회 (Vertical AI): 특정 산업의 매우 복잡하고 규제가 까다로운 워크플로우를 처음부터 끝까지 AI로 자동화해 주는 서비스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법률 검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소장 작성부터 법원 제출, 기일 관리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AI 변호사 서비스’는 톰슨 로이터를 대체할 새로운 강자가 될 것입니다.

 

서비스형 결과(RaaS, Results as a Service)로의 전환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은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파는 SaaS에서 ‘원하는 결과’를 파는 RaaS(Results as a Service)로 변화할 것입니다. 고객은 마케팅 툴을 구독하는 대신, “이번 달 리드(Lead) 100개 생성”이라는 결과를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AI가 그 과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가치 평가(Valuation) 기준도 바꿀 것입니다. 과거에는 ARR(연간 반복 매출)과 고객 유지율(Retention)이 중요했다면, 미래에는 ‘AI 에이전트의 작업 성공률’과 ‘단위 작업당 비용’이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톰슨 로이터의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이 이미 이러한 지표 변화를 감지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변화의 파도 앞에서 투자자가 취해야 할 행동

앤트로픽 리걸 쇼크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악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난 20년간 IT 생태계를 지탱해 온 SaaS 비즈니스 모델이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톰슨 로이터의 20% 폭락은 ‘안전한 해자’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혁신하지 않는 데이터 독점 기업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도구’를 배우는 시대를 지나, ‘본질’을 지시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인력 중심의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투자자는 기존의 SaaS 성공 방정식에 갇히지 말고 AI 네이티브 기업의 잠재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변화는 두렵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지금의 혼란을 ‘멸종’의 공포가 아닌 ‘진화’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자만이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Bloomberg, “Thomson Reuters Shares Plunge as Anthropic Unveils Legal AI” ,2026.02.05, https://www.bloomberg.com/

Anthropic Official Blog, “Introducing Claude 4.5 for Legal: Reasoning Beyond Retrieval”, 2026.02.05, https://www.anthropic.com/

Sequoia Capital, “The End of Software as a Service: Why AI Agents Change Everything”, 2026.01, https://sequoiacap.com/

Gartner, “Market Guide for AI-Enabled Legal Technology”, Q4 2025, https://www.gartner.com/

TechCrunch, “SaaS Multiples Contract as AI Efficiency Looms”, 2026.01, https://techcrunch.com/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사고 싶은 미국 비상장 AI 주식 TOP 3: 오픈AI, 엔트로픽, 퍼플렉시티

구글·아마존·MS의 자본지출 급증이 시사하는 투자자의 딜레마와 미래 전망

앤트로픽 수익성 보고서: 40% 마진의 비밀과 90억 달러 매출 런레이트의 명암

오픈AI 2026년 4분기 기업 공개(IPO) 공식화: 1조 달러 가치와 AI 주도권 분석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