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트로픽이 선보인 혁신적인 AI 기술은 기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공고히 쌓아 올린 가치 사슬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에 AI를 단순 결합하던 방식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인공지능이 기존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흡수하는 포식 현상이 가속화되는 중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파괴적 혁신 속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전략과 투자자들이 견지해야 할 명확한 대응 방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제시하고자 합니다.
엔트로픽 쇼크: AI가 AI를 잡아먹는 포식 현상의 본질
최근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급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닌, 기술적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엔트로픽(Anthropic)이 발표한 ‘컴퓨터 사용(Computer Use)’ 능력은 기존 AI 모델들이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에 머물렀던 단계를 넘어, 인간처럼 컴퓨터 화면을 보고 마우스를 클릭하며 키보드를 입력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사 솔루션 내부에 AI 챗봇을 추가하려던 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과거에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개별 소프트웨어가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을 위해 특정 분석 툴을 구독하고, 이를 자동화하기 위해 별도의 연동 플랫폼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강력한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 자체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던 수많은 ‘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AI 포식 현상’이라 부르는 이유는, 더 상위의 지능을 가진 AI가 하위의 특정 기능을 수행하던 AI 기능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부가하여 가치를 높이려던 찰나에, 엔트로픽과 같은 모델이 그 소프트웨어 자체를 ‘도구’로 전락시키거나 아예 대체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성장성 둔화로 이어졌고, IGV ETF와 같은 섹터 펀드의 하락을 촉발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구조적 붕괴와 IGV ETF 하락의 의미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IGV)의 급락은 투자자들이 현재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 모델은 대부분 ‘계정당 과금(Per-seat pricing)’ 방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게 되면, 기업은 더 이상 많은 수의 라이선스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AI 에이전트 하나가 수십 명의 인력을 대신하여 소프트웨어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소프트웨어 기업의 매출 구조는 근본적으로 붕괴됩니다. 시장은 이러한 ‘효율성의 역설’을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사만의 독보적인 데이터나 핵심 로직 없이, 기존의 UI에 AI API만 연결했던 ‘Thin-wrapper’ 형태의 기업들은 가장 먼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자본 시장은 AI 연산 능력(Compute)과 전력(Power)에 집중되는 자본 지출(CAPEX)이 소프트웨어 구독료(OPEX)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칩을 사고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상대적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구독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주식시장에서 목격되는 ‘AI 인프라 강세, 소프트웨어 약세’의 본질적인 원인입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존 전략: 도구에서 지능으로
이러한 포식 현상 속에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능 제공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 소프트웨어에서도 AI를 쓸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첫째, 독점적 데이터 해자(Moat)의 구축입니다.
엔트로픽이나 오픈AI의 모델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특정 기업 내부의 고유한 운영 데이터나 고객과의 깊은 맥락이 담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폐쇄적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범용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수직적 특화(Vertical AI)’를 이루어야 합니다. 데이터 자체가 장벽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에이전트 중심’의 UI/UX 혁신입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사용하기 편한 소프트웨어로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엔트로픽의 AI가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는 시대에는, 복잡한 메뉴와 버튼보다는 AI가 API를 통해 즉각적으로 명령을 수행하거나, AI가 화면을 인식하기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AI를 부가 기능이 아닌 ‘주 사용자(Primary User)’로 상정하고 제품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 개편입니다.
사용자 수에 따른 과금 체계에서 ‘성과 기반 과금(Outcome-based pricing)’ 또는 ‘사용량 기반 과금(Usage-based pricing)’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AI가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절감된 비용이나 창출된 수익의 일부를 공유받는 방식으로 변화해야만, AI 도입으로 인한 사용자 수 감소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새로운 AI 투자 패러다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가 AI를 잡아먹는 시대에는 투자 대상에 대한 엄격한 필터링이 필요합니다.
인프라와 에너지: 확정된 승자에게 투자하라
소프트웨어 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AI 경쟁에는 막대한 연산 능력과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반도체 설계, 제조, 그리고 이를 가동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와 전력망(그리드) 기업들은 AI 포식 현상의 직접적인 수혜자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 간의 출혈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되든, 그들이 사용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은 수익을 챙기는 구조입니다.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교체 매매
기존 소프트웨어에 AI를 덧붙인 기업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AI를 핵심 엔진으로 삼고 탄생한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무거운 레거시(Legacy) 시스템이 없기에 변화에 유연하며, 엔트로픽과 같은 강력한 모델을 포식자가 아닌 협력자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금 흐름과 해자(Moat)를 보유한 빅테크
결국 포식 현상의 정점에는 막대한 자본력과 데이터를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체적인 거대 언어 모델(LLM)을 보유하면서도 이를 배포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은, 소규모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흡수하며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입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의 중심은 여전히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한 대형주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파괴적 혁신 너머의 기회
엔트로픽이 불러온 AI 포식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고통스러운 숙청의 시간을 가져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중간 단계들이 사라지고 진정한 지능화 시대가 열리는 과정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스스로를 도구가 아닌 지능형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표면적인 AI 테마가 아닌 실질적인 기술적 해자와 수익 모델의 변화를 읽어내야 합니다.
지금의 하락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시작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 시점에서, 변화에 저항하기보다는 변화의 파도를 타고 가장 강력한 포식자의 등에 올라타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술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부의 이동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Anthropic, “Claude 4: The Dawn of Computer Use Agents”, Jan 2026. https://www.anthropic.com/
Bloomberg Intelligence, “SaaS Sector Outlook and AI Displacement Risks” ,2025. https://www.bloomberg.com/
Gartner, “The Evolution of Generative AI in Enterprise Software” ,2025. https://www.g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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