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덮친 아이슬란드 바이킹 볼라손, 햄리스 무너뜨린 레버리지의 비극

영국 덮친 아이슬란드 바이킹 볼라손

2008년 아이슬란드를 강타한 유례없는 경제적 몰락은 단순히 한 국가의 위기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당시 랜드스방키와 카우프싱 등 주요 은행의 핵심 투자자로 활동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귀르뒤르 볼라손은 과연 어떠한 전략으로 자산 제국을 건설했는지 그리고 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 글은 무분별한 레버리지와 공격적인 M&A가 초래한 파괴적 결과를 볼라손의 성장 과정을 통해 심층 분석하고, 현대 투자자들이 반드시 직시해야 할 시장의 냉혹한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공격적인 영토 확장, 왜 영국의 리테일 시장이었나?

2000년대 초반, 시귀르뒤르 볼라손을 비롯한 아이슬란드의 큰손들은 자국 시장의 협소함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들의 주 타깃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금융 시스템이 발달한 영국이었습니다. 특히 볼라손은 ‘바우구르 그룹(Baugur Group)’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으며 영국의 전통 있는 리테일 브랜드들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영국 소매업에 집중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당시 영국 리테일 브랜드들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있었으나, 운영 효율성이 낮아 저평가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볼라손은 아이슬란드 은행들로부터 조달한 막대한 저금리 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이들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 재평가나 구조조정을 통해 단기간에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LBO(Leveraged Buyout) 방식이었으며, 당시 영국 언론은 이를 ‘바이킹의 습격’이라 칭하며 경계와 감탄을 동시에 보냈습니다.


햄리스 인수: 꿈을 파는 가게를 담보로 한 도박

2003년, 볼라손과 바우구르 컨소시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 가게인 햄리스(Hamleys)를 인수하며 영국 비즈니스계의 중심에 섰습니다. 런던 리전트 스트리트의 상징인 햄리스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금다랑어와 같았습니다. 볼라손은 햄리스의 부동산 가치와 브랜드의 상징성에 주목했습니다.

인수 과정에서 볼라손은 랜드스방키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햄리스의 수익성 개선보다는 브랜드를 활용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내세워 주식 가치를 부양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햄리스의 자산을 담보로 또 다른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부채의 탑’을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햄리스는 볼라손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화려한 보석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레버리지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와 공격적 M&A의 정점

볼라손의 야망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House of Fraser), 오아시스(Oasis), 코스트(Coast) 등 영국의 주요 패션 및 백화점 브랜드 지분을 잇달아 확보했습니다. 특히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 인수는 수천억 원 규모의 대형 거래였으며, 이를 통해 볼라손은 영국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의 실세로 등극했습니다.

이 시기 볼라손의 투자 문법은 ‘네트워크 중심의 공동 투자’였습니다. 그는 혼자 움직이지 않고 아이슬란드의 다른 재벌들, 그리고 영국의 억만장자들과 복잡한 지분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부적으로는 한 군데가 무너지면 전체가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상호 의존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금융 위기의 파고와 리테일 제국의 붕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얼어붙자, 볼라손의 리테일 제국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매 기업들의 매출은 급감했고, 무엇보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국유화로 인해 자금줄이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아이슬란드 은행들에 예치된 영국 시민들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반테러법까지 동원하며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볼라손이 보유했던 영국 기업들의 지분은 급격히 가치가 하락했으며, 채권자들의 압박으로 인해 헐값에 매각되거나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햄리스 역시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수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영국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와 사회적 파장

시귀르뒤르 볼라손의 투자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소유했던 리테일 기업들에는 수만 명의 영국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었습니다. 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자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졌고, 이는 영국 실물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한, ‘아이슬란드 자본’에 대한 영국 대중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투명하지 않은 자금 출처와 과도한 빚으로 쌓아 올린 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며, 영국 금융 당국은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M&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볼라손의 사례는 금융 자본이 실물 경제를 어떻게 왜곡하고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현대 비즈니스 전략에 주는 교훈

우리는 볼라손의 영국 리테일 투자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유동성의 괴리: 브랜드 파워가 아무리 강해도, 이를 유지할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금융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레버리지의 양날의 검: 저금리 시대의 레버리지는 성장의 촉매제이지만, 금리 인상이나 신용 경색 시기에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흉기가 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중요성: 자국(아이슬란드)의 경제 위기가 해외 자산(영국 기업)에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볼라손은 간과했습니다.


팽창의 끝에서 마주한 차가운 현실

시귀르뒤르 볼라손의 영국 리테일 M&A 도전기는 ‘바이킹의 용기’로 시작해 ‘금융의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그는 런던의 심장부에서 꿈을 팔던 햄리스부터 전통의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까지 손에 넣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보였으나, 그 기반은 모래성보다 약한 부채였습니다.

독자 여러분, 볼라손의 사례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 변동성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인수 합병 소식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부채의 질과 지속 가능한 경영 구조입니다. 볼라손이 놓쳤던 ‘기본’의 중요성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거대한 투자자의 부침을 보며, 여러분은 어떤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우고 계신가요? 견고한 자산 구조만이 위기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유일한 방패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Vaiman, V., & Sigurjonsson, T. O. (2011). “The Icelandic Financial Crisis: A Study of the Causes”, Scandinavian Journal of Management.

BBC News. (2009). “The collapse of the Icelandic retail empire in the UK”, https://www.bbc.com/

The Independent. (2008). “The Vikings are leaving: How Iceland’s business elite lost control”, https://www.independent.co.uk/

Daily Mail. (2012). “The fall of the Baugur boys and their associates”, https://www.dailymail.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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