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도 여전히 결핍을 느끼는 이유는 욕망이 충족될 때마다 그 기준점이 더 높게 재설정되는 ‘쾌락의 쳇바퀴’ 현상 때문입니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적게 가진 사람이 가난한 것이 아니라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난하다”는 통찰을 통해, 통제되지 않은 욕망이 어떻게 삶과 자산을 파괴하는지 경고했습니다. 이 글은 에피쿠로스의 욕망 이론을 현대 주식시장에 적용하여, 심리적 평온(아타락시아)을 유지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부를 축적하는 실천적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쾌락의 역설과 현대 자본시장의 함정
충족되지 않는 욕망의 메커니즘
에피쿠로스는 인간의 욕망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그는 욕망이 단순히 채워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족의 순간 즉시 더 큰 대상을 향해 스스로를 재설정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현대 심리학에서는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처음 10%의 수익을 냈을 때의 기쁨은 잠시뿐, 곧이어 20%, 50%, 100%의 수익을 낸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다시금 결핍의 상태로 빠져듭니다.
현대 자본시장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파고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점멸하는 호가창, 매일 쏟아지는 ‘텐배거(10배 수익)’ 종목 뉴스, 그리고 SNS를 통해 전시되는 타인의 성공담은 투자자의 도파민 회로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에피쿠로스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형벌과도 같습니다. 욕망의 크기가 자산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면, 우리는 영원히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적 박탈감: 투자를 망치는 주범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감정은 내 계좌의 손실이 아니라, ‘이웃의 대박’입니다. 에피쿠로스가 경계한 것은 바로 만족의 기준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 두는 태도였습니다. 타인의 수익률이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때, 투자는 합리적인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자존심을 건 도박으로 변질됩니다.
금융 데이터 분석 기업 달바(Dalbar)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률이 시장 지수(S&P 500 등)보다 현저히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감정적 매매’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고점에서 추격 매수하고(FOMO), 공포에 질려 저점에서 매도하는 행위는 모두 타인과의 비교와 욕망의 과잉에서 비롯됩니다. 에피쿠로스는 이러한 ‘비자연적 욕망’이 영혼의 평온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삶의 질(투자 성과)마저 떨어뜨린다고 보았습니다.
에피쿠로스의 욕망 분류와 자산 배분 전략
에피쿠로스는 욕망을 세 가지로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이 분류법을 현대 투자론에 대입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자산 배분 및 리스크 관리 모델이 완성됩니다.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 투자의 기본값(Default)
이 범주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와 안전에 대한 욕망입니다. 투자에서 이는 ‘노후 자금 마련’, ‘인플레이션 방어’, ‘경제적 안전망 확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징: 목표가 명확하고 상한선이 존재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 달성되면 효용이 체감하지 않고 안정감을 줍니다.
투자 전략: 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연평균 7~8%의 기대 수익률을 가진 전 세계 주식 시장 지수(Index Fund)나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이 적합합니다. 이는 투자의 핵심 코어(Core) 자산이 되어야 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70~80%를 차지해야 합니다. 이는 에피쿠로스가 말한 ‘고통이 제거된 상태’를 만드는 물적 토대입니다.
자연적이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욕망: 투자의 알파(Alpha)
맛있는 음식이나 편안한 잠자리처럼,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생존에 지장은 없는 욕망입니다. 투자에서는 ‘시장 초과 수익’, ‘더 빠른 자산 증식’, ‘약간의 사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특징: 삶의 질을 높여주지만, 과도하게 추구하면 오히려 고통(리스크)을 수반합니다.
투자 전략: 전체 자산의 10~20% 내외에서 개별 우량주 투자나 성장 섹터 ETF 등을 통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영역에서의 실패가 1번(필수적 욕망) 영역인 생존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에피쿠로스는 소박한 쾌락을 긍정했으나, 그것에 집착하여 평온을 깨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비자연적이고 불필요한 욕망: 투자의 독(Poison)
명예, 인기, 동상(도덕적 허영)과 같이 사회적 관습이나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욕망입니다. 오늘날 투자 시장에서는 ‘단기간 10배 수익’,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기’, ‘테마주 추격 매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특징: 채울수록 목마름이 더해지며, 끝이 없습니다. 이 욕망은 통계적 확률을 무시하고 운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투자 전략: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따르면, 이 영역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단 한 번의 하락장에서도 계좌를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의 멘탈을 파괴하여 다시는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듭니다.
행동경제학으로 본 욕망의 함정과 극복 방안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현대 행동경제학 이론들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인간의 뇌 구조가 투자에 얼마나 부적합한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과잉 확신 편향과 도파민의 노예
투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몇 번의 성공적인 매매 경험이 있는 경우,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자신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는 에피쿠로스가 말한 “헛된 믿음에 근거한 욕망”입니다.
솔루션: ‘투자 원칙의 문서화(IPS)’가 필요합니다. 매수와 매도의 기준, 목표 수익률, 손절매 원칙을 감정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리 글로 적어두어야 합니다. 시장이 요동칠 때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반응하지만, 미리 작성된 문서는 이성이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손실 회피 성향과 시간의 왜곡
인간은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2.5배 더 크게 느낍니다(전망 이론). 따라서 작은 변동성에도 과민 반응하여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할 우량 자산을 헐값에 매도합니다. 또한 욕망은 시간을 ‘현재’에 가두어 둡니다. “지금 당장”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복리(Compound Interest)라는 마법이 작동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솔루션: 에피쿠로스는 순간의 쾌락보다 전 생애에 걸친 평온을 중시했습니다. 투자 시계를 최소 10년 이상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자동화된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여 매월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자산을 매수하는 적립식 투자는 욕망과 공포가 개입할 틈을 차단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진정한 부를 위한 실천적 지침: 에피쿠로스 포트폴리오
그렇다면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무엇일까요? 다음의 5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목표의 재정의(Enough Point 설정)
막연히 “돈을 많이 벌겠다”가 아니라, “나의 품위 있는 노후와 가족의 안정을 위해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가?”를 계산하십시오. 목표 금액이 정해지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연평균 수익률(CAGR)이 산출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연 15~20%의 무리한 수익률이 아닌, 연 7~10%의 현실적인 수익률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욕망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정보 다이어트(Information Diet)
에피쿠로스는 친구들과 정원에서 철학을 논하며 외부의 소음을 차단했습니다. 현대 투자자에게는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삭제나 알림 끄기가 필요합니다. 매일 시세를 확인하는 행위는 욕망을 자극하고 판단력을 흐립니다. 분기별 실적 발표나 1년에 한 번의 리밸런싱 때만 계좌를 확인하는 것이 수익률 방어에 훨씬 유리합니다.
자산 배분과 리밸런싱(Asset Allocation & Rebalancing)
자산 배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주식, 채권, 원자재, 금 등에 자산을 나누어 담음으로써, 어떤 경제 상황이 오더라도 치명적인 손실을 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가격이 오른 자산을 팔고 내린 자산을 사는 ‘리밸런싱’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투자의 정석을 감정 없이 실행하게 해 줍니다.
확률적 사고의 내재화
시장은 확실성이 아닌 확률의 영역입니다. 에피쿠로스는 신의 개입보다 원자의 운동과 우연을 중시했습니다. 투자 결과가 자신의 실력이 아닌 운과 확률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때, 수익에 자만하지 않고 손실에 과도하게 좌절하지 않는 평정심(아타락시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비교의 대상 이동
타인의 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과거의 나’와 비교하십시오. 작년보다 나의 자산 배분 원칙이 더 견고해졌는지, 감정적 뇌동매매 횟수가 줄어들었는지를 성장의 지표로 삼아야 합니다.
철학은 최고의 투자 전략이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가난’은 통장 잔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상태였습니다. 현대 주식시장은 자본을 증식시키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영혼과 자산을 동시에 갉아먹는 괴물이 됩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통장의 숫자를 늘리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그 돈을 통해 삶의 자유와 평온을 얻기 위함입니까? 에피쿠로스는 후자가 정답임을 2,000년 전에 이미 알려주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수익은 심리적 안정에서 나오며, 심리적 안정은 욕망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둘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투자 노트를 펼치십시오. 그리고 적으십시오. “나에게 충분함(Enough)이란 얼마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투자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는 순간, 여러분은 시장의 변동성에 휘둘리는 ‘가난한 투자자’에서, 스스로의 원칙으로 시장을 항해하는 ‘진정한 부자’로 거듭날 것입니다. 철학적 절제야말로, 변동성(Volatility)이라는 파도를 넘는 가장 견고한 배입니다.
참고자료
Epicurus. “Letter to Menoeceus”. https://users.manchester.edu/
Daniel Kahneman and Amos Tversky(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https://www.jstor.org/
Jason Zweig (2008). “Your Money and Your Brain”, Simon & Sch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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