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러스 쇼크로 본 일본 다가이치 내각 소비세 감세 정책의 명과 암

영국의 트러스 쇼크로 본 일본 다가이치 내각 소비세 감세

영국의 49일 천하로 끝난 트러스 쇼크는 무리한 감세가 국가 경제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준 아주 뼈아픈 사례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도 다가이치 내각을 중심으로 소비세 감세와 같은 파격적인 경제 정책이 논의되며 시장의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사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영국 사례를 거울삼아 일본의 소비세 감세 정책이 가져올 기회와 위협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경제적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감세 정책 실패가 주는 본질적인 경고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실패는 단순히 세금을 깎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무시한 재정 설계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은 연 10%가 넘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영란은행은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 감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이를 정부의 ‘자살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시장은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지 않았고, 국채 금리는 순식간에 폭등하며 연기금 시스템을 붕괴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는 정책의 방향성이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때,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정부의 재정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일본의 다가이치 내각 역시 이러한 시장의 메커니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특히 영국의 사례는 ‘성장’이라는 장기적 목표가 ‘안정’이라는 단기적 과제를 압도하려 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트러스는 감세가 투자를 유도하고 성장을 이끌 것이라 믿었지만, 시장은 당장 눈앞에 닥친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 심화를 더 두려워했습니다. 일본 역시 장기 침체 탈출이라는 명분이 시장의 재정 건전성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대목입니다.


다가이치 내각의 소비세 감세와 사나에노믹스의 실체

다가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이른바 ‘사나에노믹스’를 통해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소비세 감세 또는 동결을 통한 내수 진작입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소비세 인상을 통해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해 왔으나, 이것이 오히려 가계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다가이치 총리는 전략적인 재정 지출과 감세를 통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과거 아베노믹스의 확장적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가계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소비세에 손을 댐으로써 체감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6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영국의 사례처럼 ‘재정 방만’으로 비칠 위험이 큽니다.

사나에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감세를 넘어, 그것이 어떻게 실질적인 성장률 제고로 이어질지에 대한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영국은 이 로드맵이 부실했기에 시장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가이치 내각이 소비세를 건드리는 순간, 일본 국채 시장(JGB)의 큰 손인 해외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정책 성공의 최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영국과 일본의 경제적 공통점과 차이점 분석

영국과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 외에도 기축 통화에 준하는 화폐 권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구조와 인플레이션의 성격은 판이합니다. 영국의 트러스 쇼크 당시 영국은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형적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일시적 물가 상승 외에 근본적인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감세 정책의 효과를 다르게 만듭니다. 영국에서의 감세는 불난 물가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지만, 일본에서의 소비세 감세는 고질적인 저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최근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입 물가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감세로 인한 통화 가치 하락(엔저 심화)이 발생할 경우 영국식 ‘환율 발 경제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영국은 독립적인 영란은행이 정부 정책에 즉각 반기를 들었지만, 일본은 일본은행(BoJ)과 정부의 정책 공조가 전통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만약 일본은행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맞춰 금리 인상을 늦추거나 국채 매입을 지속한다면 단기적인 시장 충격은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엔화 가치 폭락’이라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다가이치 내각의 딜레마입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의 확장적 재정 정책의 위험성

현재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적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영국 리즈 트러스의 실패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재정 확장 정책을 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증명했습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거둬들이는데, 정부는 세금을 깎아 돈을 풀겠다고 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파괴하고 국가 전체의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일본 역시 최근 수십 년 만에 2~3%대의 물가 상승률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비록 영국의 10%대에 비하면 낮지만, 일본 경제 구조상 이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이런 시기에 소비세를 감세하여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서민들의 생활을 돕겠다는 소비세 감세가 오히려 물가를 폭등시켜 서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재정 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영국의 트러스는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가장 위험한 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다가이치 내각이 소비세 감세를 추진하려면, 현재의 물가 흐름과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경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이 “일본 정부가 물가를 잡을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엔화는 겉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채 시장의 신뢰도와 일본의 국가 부채 문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 중 하나이지만, 국채의 대부분을 자국민과 자국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위기를 면해왔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은 영국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트러스 쇼크는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단 며칠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조금만 꿈틀대도 일본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소비세는 일본 재정의 가장 안정적인 수입원입니다. 이를 감세한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포기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투매하기 시작하면, 일본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영국 연기금이 국채 가격 폭락으로 마진콜 압박을 받았던 시나리오는 일본의 대형 은행이나 보험사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다가이치 내각은 소비세 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해 영국보다 훨씬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단순히 ‘성장해서 갚겠다’는 식의 논리는 리즈 트러스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검증되지 않은 낙관론에 속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실현 가능한 재정 재건 계획이 동반되지 않은 감세는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한 일본 내각의 필수 과제

다가이치 내각이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시장의 신뢰’를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정책 발표 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공개해야 합니다. 리즈 트러스는 영국 예산책임청(OBR)의 검토조차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하는 오만을 부렸지만, 다가이치 내각은 전문가와 시장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둘째,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소비세 감세가 민생 안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세부 설계가 달라져야 합니다. 한시적 감세인지 영구적 감세인지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밝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은 금융 시장이 가장 혐오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협조입니다. 정부의 재정 정책과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어야 합니다. 영국처럼 정부와 중앙은행이 따로 노는 모습은 시장에 투기 세력을 불러들이는 초대장과 같습니다. 다가이치 총리의 정치적 결단력과 일본은행의 신중함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일본판 트러스 쇼크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를 위한 인사이트

영국의 리즈 트러스 사례는 우리에게 경제 정책이 이념이 아닌 현실에 기반해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일본 다가이치 내각의 소비세 감세 정책 역시 그 의도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시장과의 호흡에 실패한다면 국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이며, 그 심리의 핵심은 바로 정부에 대한 신뢰입니다.

여러분은 일본의 소비세 감세가 ‘잃어버린 30년’을 끝낼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제2의 트러스 쇼크를 부를 무리수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이념을 넘어선 차가운 이성으로 이번 정책의 흐름을 지켜보아야 할 때입니다. 


참고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Japan’s Fiscal Challenges”, 2025, https://www.imf.org/

Nikkei Asia, “Takaichi’s Economic Vision: Growth vs. Discipline”, 2025, https://asia.nikkei.com

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UK), “The aftermath of the 2022 Mini-budget“, https://obr.uk/

Bank of Japan, “Financial System Report“, 2025, https://www.boj.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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