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이야기

매몰비용의 오류: 왜 우리는 손해를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투자할까요?

이미 엎질러진 물, 매몰비용의 정체를 파헤쳐 봅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때로는 명백하게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투입한 시간, 노력, 돈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해서 끌고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면서도 톨게이트 비용이 아까워 계속 주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과거에 지출했으나 현재의 의사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비용을 바로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부릅니다. 이 매몰비용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현상을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고 칭합니다.

이 현상은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간주됩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오직 미래의 비용과 이익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심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매몰비용의 오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심리적 원인부터, 일상생활과 비즈니스 환경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들, 가장 중요하게는 이 비합리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독자 여러분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해 드리고자 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란 정확히 무엇이며, 왜 발생할까요?

매몰비용(Sunk Cost)의 개념적 이해

매몰비용은 말 그대로 이미 지출되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에 발생했고, 현재 시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비용을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매몰비용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표를 구매했는데 영화 시작 10분 후 내용이 너무 재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미 지불한 영화표 값은 매몰비용입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은 남은 시간 동안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재미없는 영화를 계속 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지, 표 값이 아까우니 끝까지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몰비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현재의 의사결정에 따라 그 규모가 달라지는 미래 비용(Future Cost) 또는 가변 비용(Variable Cost)이 있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오로지 이 미래 비용과 그로 인해 얻게 될 미래 이익(편익)을 비교하는 데 있습니다. 

 

매몰비용의 오류의 정의와 심리적 메커니즘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는 경제학적 합리성을 거스르고, 이미 회수할 수 없는 과거의 비용(매몰비용)에 집착하여 현재 또는 미래에 더 큰 손해를 초래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속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일종의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으로, 행동경제학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이 오류가 발생하는 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심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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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손실 회피 성향 (Loss Aversion)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정립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을 얻을 때의 만족감보다 손실을 볼 때의 고통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즉, 이미 투자한 비용을 포기하는 것을 손실로 인식하고, 이 손실을 피하고 싶다는 강한 심리가 작동하여, 본전이라도 찾기 위해 더 많은 자원(돈, 시간)을 투입하게 만듭니다. 이들은 현재 투자를 멈추는 것을 실패로 인정하고 손실을 확정 짓는 행위로 여기는 것입니다. 

 

② 일관성에 대한 욕구 및 자기 정당화

인간은 자신이 내린 과거의 결정에 대해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심리적 욕구가 강합니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투자를 포기하는 행위는 내가 과거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러한 자기인식의 불일치(인지 부조화)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현재의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과거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이만큼 투자했으니 곧 성공할 것이다라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품고, 합리적인 판단을 회피하게 됩니다. 

 

경제적 합리성과 매몰비용의 대립

주류 경제학에서는 의사결정 시 한계 편익(Marginal Benefit)한계 비용(Marginal Cost)만을 비교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즉, 지금부터 추가로 투입하는 비용 대비 얻게 될 추가적인 이익이 더 클 경우에만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몰비용은 어떠한 미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수학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현재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는 이러한 경제적 합리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태입니다. 과거의 비용에 얽매여 현재의 합리적인 기회비용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투자한 사업이 망해가고 있는데, 여기서 멈추면 100만 원 손실 확정입니다. 이 때 추가로 50만 원을 더 투자해서 성공 확률 1%에 희망을 건다면, 이는 100만 원을 지키려다 미래의 50만 원까지 날릴 위험을 감수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몰비용의 오류 사례들

매몰비용의 오류는 우리 삶의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목격됩니다. 이 오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해 봅시다.

 

일상생활 속의 매몰비용 오류 사례

 

재미없는 영화 또는 연극 끝까지 보기: 이미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지루한 영화나 연극을 끝까지 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은 표 값(매몰비용)을 무시하고 남은 시간 동안 더 즐거운 활동(미래 편익)을 찾는 것입니다.

 

오래된 물건과 관계를 끊지 못하는 경우: 몇 년 동안 방치되어 공간만 차지하는 오래된 취미용품이나 가구 등을 언젠가는 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이미 구매에 돈을 썼다는 생각 때문에 처분하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매몰비용 오류입니다. 그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과 처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편함이 현재의 비용입니다.

 

실패한 연애를 지속하는 경우: 이미 많은 시간과 감정을 쏟아부은 연인 관계가 명확하게 불행하거나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들인 정이 아까워서 헤어지지 못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시간과 감정은 회수 불가능한 매몰비용이며, 관계를 지속하며 낭비하는 미래의 행복이 곧 기회비용이 됩니다. 

 

음식점에서의 과식: 이미 돈을 지불한 뷔페나 코스 요리에서 배가 부른데도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음식을 먹어 건강을 해치는 행위도 매몰비용 오류의 한 형태입니다. 여기서 지불한 돈은 매몰비용이고, 과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화 불량이나 건강 악화가 미래의 비용입니다. 

 

비즈니스 및 투자 분야의 매몰비용 오류 사례

 

① 실패하는 프로젝트에 자원 추가 투입

기업이 신제품 개발이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으나 시장성이 없거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명확한 신호가 포착될 수 있습니다. 이때, 경영진이 이미 100억을 썼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다 날린다라는 생각에, 합리적인 근거 없이 추가로 50억을 더 투입하는 결정이 대표적인 오류 사례입니다. 이는 이미 투입된 100억이 매몰비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래의 50억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② 하락하는 주식 또는 가상화폐 물타기

매입 시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하여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확정하기 싫다는 심리 때문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여 매입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약 해당 주식의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면, 이 물타기 행위는 단지 손실 금액을 늘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이 됩니다. 성공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다른 유망한 투자처를 놓치는 기회비용 손실도 발생하게 됩니다. 

 

③ 비효율적인 자회사 또는 사업부 유지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회사나 사업부를 정리해야 할 명확한 경제적 지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수십 년간 들인 노력과 자본이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끌고 가는 기업도 많습니다. 이는 그 사업부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인력, 운영비, 그 공간과 자원을 다른 수익성 높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지속적으로 손해 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통찰력

매몰비용의 오류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습관을 형성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다음은 이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전략들입니다.

 

의사결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법

 

① 지금까지가 아닌 지금부터를 생각하기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의사결정의 기준을 과거(매몰비용)가 아닌 미래(미래 비용 및 이익)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중단할지 계속할지 결정할 때, 지금까지 얼마를 썼는지 대신에 지금부터 추가로 X를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X보다 큰가?만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의 투자는 이미 끝난 일이며, 현재의 의사결정미래의 결과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② 손실 대신 기회비용에 집중하기

매몰비용을 포기하는 것을 손실로만 인식하면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실패할 프로젝트에 자원을 계속 투입하는 행위가 다른 성공적인 대안에 투자할 기회(기회비용)를 영원히 놓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중단함으로써 확보되는 자원(시간, 돈, 인력)을 가장 이익이 큰 다른 곳에 재배치하는 것이 진정한 합리성입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돕는 구체적인 테크닉

 

① 의사결정의 주체를 분리하기

매몰비용에 대한 감정적인 애착이 가장 적은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를 시작한 팀장이나 임원이 아닌, 객관적인 제3자새롭게 합류한 팀원에게 프로젝트의 지속 여부를 평가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과거 투자에 깊이 관여한 사람은 자기 정당화 심리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② 명확한 중단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기

프로젝트나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언제, 어떤 조건(지표)이 충족되면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예: 시장 점유율 X% 미만, Y개월 연속 적자 발생 등)을 미리 합의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이는 감정이 개입하기 쉬운 결정의 순간에 기준선(Baseline)을 제공하여 비합리적인 투자를 막는 강력한 방어 기제가 됩니다. 

 

③ 손실 비용을 수업료로 재정의하기

매몰비용을 단순히 날린 돈이 아니라, 미래의 성공을 위한 값비싼 수업료 또는 실패를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으로 인지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심리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실패를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그 교훈을 통해 다음번에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기 정당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매몰비용의 덫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합리적 선택

매몰비용의 오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적 경향인 손실 회피와 자기 정당화에서 비롯되며, 이미 회수 불가능한 과거의 비용에 얽매여 미래의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거나, 비즈니스에서 실패가 명백한 프로젝트에 자원을 계속 투입하는 형태로 이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핵심은 과거가 아닌 오직 미래의 편익과 비용만을 고려하는 데 있습니다. 투자를 포기하는 것을 손실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기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확보하는 행위로 재인식해야 합니다. 의사결정 주체를 분리하고, 사전에 명확한 중단 기준을 설정하는 등의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우리는 매몰비용의 심리적 덫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은 과거의 미련이 아닌, 미래를 향한 객관적인 지표와 분석에서 출발합니다. 매몰비용의 오류를 이해하고 극복함으로써, 여러분의 삶과 비즈니스, 투자에서 더 큰 성공과 행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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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2] Arkes, H. R., & Blumer, C. (1985). The psychology of sunk cos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5(1), 124-140. 

[3] Thaler, R. H. (1980). Toward a positive theory of consumer choice.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1(1), 3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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