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고율 관세 정책이 당초 의도했던 해외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보다는 오히려 미국 내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미국 경제가 그토록 염원하던 제조업 기반의 부활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어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최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관세 정책의 실질적인 비용 전가 구조와 이것이 미국 제조업에 미치는 구조적 한계를 면밀히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실체와 비용 전가 메커니즘 분석
데이터로 증명된 ‘관세의 배신’
우리가 흔히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면, 수출을 하는 외국 기업이 그 세금을 내고 물건을 팔아야 하므로 그들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해외 수출 업체가 부담할 것”이라며 이러한 논리를 유권자들에게 설파해 왔습니다. 하지만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지난 11개월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세 비용의 약 94%가 고스란히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되었다는 사실은 경제학적으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수입 관세를 발표한 이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기존 2.6%에서 무려 13%로 5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일부 중국산 제품에는 세 자릿수의 살인적인 관세가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관세 인상분이 수입 원가에 그대로 반영되어, 최종적으로는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미국 시민들의 지갑에서 빠져나갔다는 점입니다. 11월에 이르러서야 해외 기업의 부담 비율이 소폭 상승하여 미국 측 부담이 86%로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인 비율인 90% 내외의 비용을 미국 경제 주체들이 짊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 해외 기업은 관세를 부담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해외 수출 업체들은 관세를 가격에 반영해 미국에 떠넘길 수 있었을까요? 이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수입하는 중간재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완제품 중 상당수는 단기간에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전자 부품이나 저가 생활용품의 경우 중국이나 베트남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해외 수출 업체들은 “관세를 우리가 낼 테니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전략 대신, “관세만큼 가격을 올릴 테니 필요하면 사라”는 배짱 영업이 가능한 구조인 셈입니다. 결국 관세는 국경을 넘는 세금이 아니라, 미국 국민에게 부과되는 ‘소비세’의 성격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가계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과 인플레이션 공포
가구당 1,300달러의 추가 세금 효과
관세가 거시 경제 지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개별 가정의 식탁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초당파 싱크탱크인 ‘조세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각 가정은 평균적으로 약 1,000달러(한화 약 144만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이는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냅니다. 더욱 암울한 전망은 올해 이 부담액이 1,300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점입니다.
월마트나 타겟(Target)과 같은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조차 이러한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포함한 행정부 인사들조차 소매업체들이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한 것은, 관세 인상이 기업의 마진을 깎아먹고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음을 시인한 꼴입니다. 고물가 시대에 관세로 인한 추가적인 물가 상승은 서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합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수입 공산품에 대한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소위 ‘달러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저가 생필품의 대부분이 관세 대상인 수입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역설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노동자 계급에게 역진세(regressive tax)와 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수 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제조업 부활의 허상: 왜 공장은 돌아오지 않는가?
관세 장벽이 제조업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정당화하는 가장 큰 명분은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의 재건”입니다. 수입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제품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공장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첫째, 생산 비용의 구조적 격차입니다.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20~30% 오른다 하더라도,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규제 비용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내 생산 단가가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를 물고서라도 수입을 계속하거나, 관세가 낮은 제3국(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우회 수출’을 선택할 뿐, 굳이 고비용 구조인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짓지 않습니다.
둘째, 공급망의 복잡성입니다. 현대의 제조업은 수천 개의 부품이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글로벌 밸류체인(GVC)으로 얽혀 있습니다.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려 해도, 그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소재, 배터리, 칩 등)을 수입해야 한다면 관세는 오히려 미국 제조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이 됩니다. 실제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사나 기계 설비 업체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숙련된 노동력의 부재와 자동화의 역설
설령 기업들이 관세 장벽에 떠밀려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오려 해도,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제조업 공동화(hollowing out)를 겪으며 숙련된 기능공 층이 얇아졌습니다. 공장을 지어도 기계를 돌릴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한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뿐입니다.
또한, 기업들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해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고용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은 돌아오지만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약속한 ‘블루칼라의 부활’이 허상에 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글로벌 무역 질서의 붕괴와 장기적 리스크
보복 관세와 무역 전쟁의 확전
관세는 상대방이 있는 게임입니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상대국 역시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중국, EU 등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수출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힙니다. 수입품 가격은 올라서 소비자가 힘들고, 수출 길은 막혀서 기업이 힘든 ‘이중고’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주요 지지 기반인 ‘팜 벨트(Farm Belt)’의 농민들이 무역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적 고립주의의 한계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는 단기적으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혁신을 저해합니다. 경쟁 없는 보호막 안에서 기업들은 혁신보다는 정부의 로비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역사적으로도 1930년대 스무트-호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심화시켰던 사례처럼, 지나친 보호무역은 글로벌 교역량을 감소시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할 위험이 큽니다.
진정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언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은 “외국이 돈을 낸다”는 달콤한 구호와 달리, 실제로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비용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제 살 깎아 먹기’식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가구당 1,300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은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미국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미국이 원하는 제조업 기반의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관세 장벽 쌓기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의 기술 투자,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개혁, 그리고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관세라는 손쉬운 ‘진통제’ 대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고통스러운 ‘수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러한 관세 정책이 단순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우리 지갑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예의 주시하며 현명한 경제적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Bloomberg News, “Trump’s Tariffs Are Paid by U.S. Companies and Consumers, NY Fed Says”, 2026. https://www.bloomberg.com/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Liberty Street Economics: Who Pays for the Tariffs?”, 2026. https://www.newyorkfed.org/
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 “Trade War Impacts and Tariff Pass-through Analysis”, 2026. https://www.kielinstitut.de/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 “The Impact of the 2018 Trade War on U.S. Prices and Welfare”, Working Paper. https://www.nber.org/
Tax Foundation, “Tracking the Economic Impact of U.S. Tariffs & Trade Actions”, 2026. https://tax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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