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의 ‘책임 있는 재정’과 도마의 경제학 실험: 엔캐리 청산 대응 전략

다카이치 정권의 ‘책임 있는 재정’과 도마의 경제학

일본 정치사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베노믹스의 계승자’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일본 경제 정책의 키를 쥐게 된 것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7엔을 돌파하는 급격한 엔저 현상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재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규모 재정 살포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아마도 이런 의문이 드실 것입니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여기서 돈을 더 풀겠다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인가?”, “이러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청산되어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것 아니냐?” 하는 불안감 말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다카이치 정권이 신봉하는 ‘도마의 경제학(Domar’s Growth Model)’의 실체를 파헤치고, 정책의 성패에 따른 엔캐리 청산 시나리오와 미국 및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취해야 할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도마의 경제학: 다카이치식 재정 정책의 이론적 토대

다카이치 총리가 주장하는 재정 확대 정책의 핵심 논리는 경제학자 에브세이 도마(Evsey Domar)의 성장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흔히 ‘도마 조건(Domar Condition)’으로 불리는 이 이론은 국가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를 제공합니다.

 

도마 조건의 핵심: g > r 의 방정식

도마의 경제학은 정부의 부채 규모 그 자체보다 ‘성장률(g)’과 ‘국채 이자율(r)’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이론적으로 명목 경제성장률(g)이 국채의 실질 이자율(r)보다 높게 유지될 수 있다면, 정부가 매년 적자 재정을 운영하더라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거나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카이치 정권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여 명목 GDP를 끌어올리면, 세수가 증대되어 장기적으로는 재정 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즉, 성장이 최고의 복지이자 최고의 재정 건전화 대책이라는 것입니다.

 

감세와 고도성장의 결합

다카이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식품 소비세(8%) 한시적 유예 등 파격적인 감세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여 일본 경제를 수십 년간 지속된 저성장의 늪에서 건져내겠다는 계산입니다. 도마의 경제학이 제시하는 ‘성장률이 이자율을 압도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Unwind) 가능성 진단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바로 ‘엔캐리 청산’입니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 세계 고수익 자산(미국 기술주, 신흥국 채권 등)에 투자했던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할 때 발생하는 시장 충격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재정 확대와 금리 인상의 모순적 공존

현재 일본 시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돈을 풀겠다고 하는데(엔저 요인), 시장 금리는 다카이치의 정책이 유도할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상승하고 있습니다(엔고 요인).

단기적 흐름: 다카이치의 당선 직후 엔화는 157엔대까지 밀렸습니다. 이는 시장이 여전히 ‘무제한 돈 풀기’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잠재적 위험: 만약 재정 살포로 인해 물가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거나, 일본 국채(JGB) 금리가 급등하여 일본은행(BOJ)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황은 반전됩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순간, 수조 달러에 달하는 엔캐리 자금의 ‘역류’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청산의 트리거: ‘변동성’과 ‘심리적 마지노선’

엔캐리 청산은 단순히 금리 차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포지션을 정리합니다. 다카이치 정권이 엔화 약세를 방치하다가 갑작스럽게 시장 개입에 나서거나, 일본은행과 정책 엇박자를 낼 경우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며 청산의 트리거를 당길 가능성이 큽니다.


다카이치 정책의 성패 시나리오별 심층 분석

다카이치의 ‘도마 경제학’ 실험이 성공할 경우와 실패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시나리오 A: 정책 성공 – ‘신일본의 부활’

이 시나리오는 일본이 ‘적절한 인플레이션’과 ‘고도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경우입니다.

메커니즘: 재정 지출이 실질적인 수요 창출로 이어지고, 기업들이 임금을 대폭 인상하며 소비가 살아납니다. 명목 GDP 성장률이 3~4%대에 안착하고, 국채 이자율은 1~2% 수준에서 관리됩니다.

엔화의 변화: 초기에는 엔저가 지속되겠으나,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됨에 따라 ‘강한 일본, 강한 엔화’로의 점진적인 전환이 일어납니다. 급격한 엔캐리 청산보다는 자산 배분 차원의 완만한 자금 회귀가 나타날 것입니다.

영향: 일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며, 글로벌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B: 정책 실패 – ‘리즈 트러스의 재림’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일본판 리즈 트러스 사태’입니다. 2022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가 재원 대책 없는 감세를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폭락과 국채 금리 폭등을 겪고 단 45일 만에 사퇴했던 사건의 재현입니다.

메커니즘: 시장이 일본의 재정 건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국채 매도세가 쏟아지며 금리가 폭등( r 급증)하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성장률(g)은 고꾸라집니다. 결국 g < r 의 상황이 고착화되며 부채 위기가 현실화됩니다.

엔화의 변화: 엔화 가치가 통제 불능 상태로 폭락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국가 부도 위기급의 공포로 인해 자산 시장 전체가 마비됩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려야만 하는 상황(Hard Landing)이 오면 엔캐리 트레이드는 ‘패닉 셀링’ 형태로 청산될 것입니다.

영향: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이 순식간에 메마르며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대응 전략: 미국 주식 vs 한국 주식

다가오는 ‘다카이치 리스크’와 ‘엔캐리 청산’의 파고 속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자산을 지켜야 할까요?

 

미국 주식 투자자: “성장주 비중 조절과 환헤지의 중요성”

미국 증시는 엔캐리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위험 요소: 엔캐리 청산이 시작되면 나스닥 중심의 기술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습니다. 저금리로 조달된 유동성이 빠져나가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강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응 전략: 포트폴리오의 방어적 성격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금 흐름이 확실한 가치주나 배당주의 비중을 높이고,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부채 비율이 낮고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 위주로 선별 투자해야 합니다. 또한,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일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환헤지 상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주식 투자자: “엔저의 명암과 수출 경쟁력”

한국 경제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 정책에 매우 민감합니다.

기회와 위기: 다카이치의 재정 살포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자동차, 조선 등 우리 주력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됩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실제로 살아나 글로벌 수요가 증대된다면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응 전략: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섹터보다는 일본의 설비 투자 확대나 소비 진작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반도체 소부장, K-컬처 관련 소비재 등)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엔캐리 청산 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수형 ETF보다는 개별 실적 장세에 대응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변동성의 파도를 넘는 지혜

다카이치 사나에의 경제 실험은 ‘도마의 경제학’이라는 매력적인 이론을 입고 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 재정 파탄이라는 거대한 도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g > r 이라는 수식은 완벽해 보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시장의 신뢰라는 변수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거에서 압승하자 현재 157엔을 넘어선 엔화 환율과 5% 넘게 상승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한 니케이 지수는 시장의 경고이자 기회입니다. 급격한 엔캐리 청산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고통을 주겠지만, 이는 동시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일본의 국채 금리 추이와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차분히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참고자료

Evsey D. Domar (1944). “The Burden of the Debt and the National Income”. Journal Article. https://www.jstor.org/

CNBC (2026). “Takaichi’s Fiscal Stance and the JPY Volatility: Market Outlook”. https://www.cnbc.com/

국제금융센터 (2026).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분석 및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 https://www.kcif.or.kr/

Reuters (2026). “Japan’s debt sustainability under the new administration: The Domar condition revisited”. https://www.reuters.com/

Bloomberg (2026). “The Takaichi Trade: Why 160 Yen is the new normal and what it means for carry trades”. https://www.bloomber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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