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갑작스러운 하락은 상승에 베팅했던 레버리지 물량이 청산되며 가속화되는데, 준비되지 않은 개인들은 이 폭풍 속에서 큰 자산 손실을 경험하곤 합니다. 강세장에서 모두가 낙관론에 취해 있을 때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지, 그리고 왜 현명한 이들은 계좌의 숫자가 아닌 기회를 기다리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마진콜의 연쇄 반응을 분석하고 포모를 극복하여 하락장을 수익의 기회로 바꾸는 개인 투자자만의 견고한 투자 철학과 구체적인 원칙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하락장의 메커니즘: 레버리지와 마진콜의 연쇄 반응
시장은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훨씬 더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흔히 “상승은 계단으로, 하락은 엘리베이터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속도의 이면에는 ‘레버리지(Leverage)’라는 양날의 검이 존재합니다.
마진콜이 부르는 하락의 소용돌이
상승장에서 많은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자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려 투자합니다. 신용 융자, 미수 거래, 선물 레버리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증거금 비율이 유지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때 증권사나 거래소는 부족한 증거금을 채우라는 ‘마진콜(Margin Call)’을 보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에 의해 자산이 ‘강제 청산(Liquidation)’됩니다. 이 강제 매도 물량은 시장에 하락 압력을 가하고, 가격이 더 떨어지면 또 다른 투자자들의 마진콜을 유발합니다. 즉, 하락이 하락을 부르고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기계적인 매도세로 이어져 하락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입니다.
악재가 호재를 덮어버리는 심리의 전환
상승장에서는 웬만한 악재도 “성장을 위한 진통” 혹은 “이미 선반영된 뉴스”로 치부되며 무시되곤 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락이 시작되고 레버리지 청산이 현실화되면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작은 부정적 지표조차 공포의 도화선이 됩니다. 이 시점부터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생존 본능’이 지배하게 되며, 투매(Panic Selling)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개인 투자자를 무너뜨리는 심리적 함정, 포모(FOMO)
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하락의 전조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장에 남아있다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일까요? 그 중심에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있습니다.
현금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자신의 계좌에 현금이 노는 꼴을 보지 못합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현금을 들고 있는 만큼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괴로워합니다. “내가 어제 그 현금으로 저 주식을 샀더라면 수익이 얼마였을까?”라는 가상 편향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투자자로 하여금 현금 비중을 0%로 만들게 하고, 심지어는 가용한 모든 대출을 끌어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상승장의 끝자락에서 나타나는 ‘마지막 불꽃’
역사적으로 거품의 정점에서는 항상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주위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 뒤늦게 소외감을 느낀 이들이 가장 비싼 가격에 시장에 진입합니다. 이들은 대개 리스크 관리보다는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라 믿으며,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현금 없는 풀베팅(Full Betting)은 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는 순간, 탈출구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명한 투자자의 조건: 현금은 최고의 ‘옵션’이다
진정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아 부를 쌓는 ‘현명한 투자자’들은 현금을 단순히 수익률 0%의 자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현금은 하락장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이 되는 ‘전략적 옵션’입니다.
현금 보유는 ‘기다림’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시장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시장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 바로 ‘현금’입니다. 모두가 마진콜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며 우량한 자산을 헐값에 던질 때, 그 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사람만이 하락장을 축제로 즐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세장에서 현금을 확보하는 행위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폭락장에서의 ‘압도적인 수익’을 예약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시장을 떠나지 않으면서 대비하는 기술
현명한 투자자들은 결코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않습니다. 그들은 상승 추세를 즐기되, 일정 비율의 현금 비중(예: 20~30%)을 철저히 유지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오른 만큼 일부를 익절하여 현금 비중을 맞추고, 주가가 떨어지면 현금으로 저가 매수를 진행하여 자산 비중을 조절합니다. 이러한 ‘리밸런싱(Rebalancing)’ 전략은 감정을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게 해줍니다.
개인 투자자가 갖춰야 할 실전 투자 원칙 5계명
성공적인 투자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기질’과 ‘원칙’의 문제입니다. 하락장의 가속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가슴에 새겨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정리해 드립니다.
현금 비중을 ‘종목’ 중 하나로 간주하라
계좌 내의 현금을 노는 자산이 아니라 ‘현금’이라는 이름의 종목으로 생각하십시오. 이 종목은 변동성이 0이며, 시장이 하락할 때 상대적인 가치가 급상승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금을 쥐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 우위’를 선점하는 것과 같습니다.
레버리지는 자신의 실력이 아님을 명심하라
상승장에서 레버리지를 이용해 번 돈은 운의 영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이 꺾이는 순간 레버리지는 당신의 자산을 갉아먹는 독이 됩니다. 특히 신용이나 미수는 하락장에서 강제 매도를 유발하여 선택권을 박탈합니다. “내 돈으로만 투자한다”는 원칙만 지켜도 하락장에서 마진콜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포모’를 다스리는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라
매수를 결정하기 전, 이 매수가 이성적인 분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FOMO) 때문인지 스스로 질문하십시오. 만약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남들이 다 사니까 나도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그때가 바로 현금을 확보해야 할 시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수립하라
시장이 10%, 20%, 30% 하락했을 때 각각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두어야 합니다. 하락이 시작된 후에 대책을 세우려 하면 이미 공포에 압도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집니다. “어디까지 떨어지면 현금을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가격대를 설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록하고 복기하며 멘탈을 관리하라
시장의 고점과 저점에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행동을 기록하십시오. 하락장에서 왜 공포를 느꼈는지, 상승장에서 왜 눈이 멀었는지를 복기하다 보면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정교해집니다. 투자는 평생 하는 마라톤이며, 한 번의 하락장으로 무너지지 않는 멘탈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발상의 지혜
시장은 언제나 순환합니다.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락의 속도가 상승의 속도보다 빠른 이유는 인간의 공포와 시스템적인 청산이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는 투자자에게 하락은 고통이 아닌 ‘부의 재편’이 일어나는 기회의 시간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무기는 ‘시간’과 ‘현금’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현금을 보유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남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레버리지를 끌어다 쓸 때, 묵묵히 현금을 챙기며 다음 사냥을 준비하는 사자의 자세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오늘 분석한 마진콜의 원리와 현금 보유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계좌가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요새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참고자료
Graham, Benjamin , Zweig, Jason “The Intelligent Investor”, Harper Business, 2024
Nassim Nicholas Taleb, “The Black Swan”, Random House, 2007.
Howard Marks, “The Most Important Thing”, Columbia University Pres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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