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는 흔히 수산물과 알루미늄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철강 산업의 필수 소재인 페로실리콘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많은 독자분이 아이슬란드에서 철강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생산되고 수출되는지 그 구체적인 구조와 경제적 영향력에 대해 깊은 호기심을 느끼고 계실 것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아이슬란드 수출의 숨은 주역인 페로실리콘을 중심으로 철강 관련 품목의 수출 현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친환경 에너지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슬란드 철강 수출의 본질: 페로실리콘
아이슬란드의 철강 관련 수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로실리콘(Ferrosilicon)‘이라는 품목에 주목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완성차용 강판이나 건설용 H형강을 대량 생산하는 국가들과 달리 아이슬란드는 철강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 부원료 생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페로실리콘의 정의와 철강 산업 내 역할
페로실리콘(FeSi)은 철과 규소의 합금으로 전 세계 철강 및 주물 산업에서 탈산제와 합금 첨가제로 널리 사용되는 필수 자재입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에 현대 철강 산업의 소금과도 같은 존재라고 평가받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이 고부가가치 합금철을 생산하여 전 세계 주요 철강사에 공급하며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출 규모와 품목별 데이터 분석
2023년과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철강 및 철강 제품(HS Code 72 및 73) 수출액은 연간 약 2억 5,000만 달러에서 3억 달러 규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슬란드 전체 수출 품목 중 상위 5위권 내에 드는 성적으로 수산물과 알루미늄에 이어 제조 부문의 핵심 동력임을 입증합니다. 특히 HS Code 7202.21에 해당하는 ‘규소 함유량 55% 초과 페로실리콘’이 전체 철강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여줍니다.
아이슬란드는 왜 완성 철강이 아닌 페로실리콘에 집중하는가?
아이슬란드가 척박한 지리적 여건 속에서도 철강 소재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에너지’에 있습니다. 페로실리콘 생산은 전력 소모가 극심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인데 아이슬란드는 이를 가장 저렴하고 깨끗한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지열과 수력을 이용한 저탄소 생산 체계
아이슬란드는 국가 전력의 100%를 지열과 수력 등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전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이러한 청정 에너지는 탄소 국경세(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현대 철강 시장에서 아이슬란드산 페로실리콘의 몸값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경쟁국들에 비해 탄소 발자국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유럽의 고품질 철강 제조사들은 아이슬란드산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호합니다.
전기료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 단지
아이슬란드 서부의 아크라네스(Akranes) 인근 그룬다르탕기(Grundartangi) 지역에는 세계적인 합금철 기업인 엘켐(Elkem)의 대규모 생산 공장이 가동 중입니다. 이곳은 연간 약 12만 톤 이상의 페로실리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최첨단 전기로 설비를 통해 고순도 제품을 생산합니다. 아이슬란드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산업용 전기료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 속에서도 엘켐 아이슬란드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주요 수출 대상국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치
아이슬란드산 철강 소재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뿐만 아니라 멀리 아시아와 북미 시장까지 뻗어 나가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EU)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아이슬란드 철강 수출의 최대 시장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연합 국가들입니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항을 통한 재수출 허브 역할을 하며 아이슬란드 전체 철강 수출액의 약 30% 이상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슬로바키아 등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은 정밀한 물성이 요구되는 특수강 제조를 위해 아이슬란드산 페로실리콘을 대량으로 수입하며 공고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일본 및 미국 시장으로의 확산
유럽 외에도 일본과 미국은 아이슬란드 철강 소재의 주요 소비처입니다. 일본의 고급 주물 산업과 미국의 인프라 재건 사업에 투입되는 철강재 생산에 아이슬란드의 페로실리콘이 첨가되고 있습니다. 2023년 통계 기준 일본향 수출액은 약 6,000만 달러에 육박하며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아이슬란드산 제품의 기술력과 신뢰도가 매우 높음을 방증하는 수치입니다.
최근 시장 동향과 미래 위기 대응 전략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아이슬란드 철강 산업에도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말부터 감지된 변화는 향후 수출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조절과 수급 안정화 대책
2025년 하반기 들어 유럽 내 철강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엘켐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주요 생산 기지들은 생산량을 일부 감축하며 재고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공급 과잉을 막고 시장 가격을 방어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입니다. 또한 유럽 연합이 도입한 합금철 세이프가드(Safeguard) 조치는 아이슬란드에 쿼터 제한이라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 민관 공동의 외교적 대응이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부가가치 특수 합금철로의 체질 개선
아이슬란드는 단순히 표준형 페로실리콘 생산에 머물지 않고 고객사의 요구에 맞춘 ‘스페셜티(Specialty)’ 제품군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이나 신재생 에너지 설비용 고강도 강재에 들어가는 특수 합금철 개발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차별화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등 신흥국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아이슬란드 철강 수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그린 스틸 시대의 전략적 공급국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의 철강 제품 수출은 단순한 원자재 판매를 넘어 국가가 가진 청정 에너지 자산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치환한 성공적인 경제 모델입니다. 비록 완성된 철강 구조물은 아닐지라도 전 세계 철강 산업의 혈액과 같은 페로실리콘을 통해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경제의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향후 탄소 중립이 철강 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그린 스틸’ 시대에 아이슬란드의 저탄소 페로실리콘은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북극권의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전 세계 철강 공급망의 심장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아이슬란드의 저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진화할 것이며 이는 곧 글로벌 철강 시장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OEC (The 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 “Iron & steel in Iceland Trade Profile (2023-2024)”, https://oec.world/
Statistics Iceland (Statice), “External Trade Statistics 2025-2026 Overview”, https://statice.is/
Elkem ASA Annual Report, “Ferrosilicon Production and Sustainability in Iceland”, https://www.elkem.com/
USGS (U.S. Geological Survey), “The Mineral Industry of Iceland 2020-2021”, https://pubs.usgs.gov/
Trading Economics, “Iceland Exports of Iron and Steel to Netherlands/Germany Data”, https://tradingecono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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