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AI나 스페이스X 같은 비상장 기업들이 수백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장에 새로운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의 닷컴 버블이나 철도 광기와 유사하다는 우려와 함께 단순한 투기를 넘어선 기술 혁명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죠. 본 글에서는 튤립부터 AI까지 이어지는 인간의 탐욕과 기술적 근거를 심층 분석하여 현재의 시장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작성되었습니다.
역사적 투기 광기의 시발점: 튤립 파동
인류 역사에서 ‘버블’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강렬하게 각인된 사건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사건입니다. 당시 튤립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희귀한 품종의 알뿌리 하나가 집 한 채 가격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튤립의 실질적인 가치나 활용도보다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비쌀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모든 자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이 현상이 현재의 AI 열풍과 맥을 같이 하는 지점은 바로 ‘희소성’과 ‘상징성’에 대한 집착입니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은 튤립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를 망각한 채, 그저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색상에 현혹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투자자가 실질적인 수익 구조나 배당이 없는 비상장 AI 기업들에 수십조 원의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역시, 기술의 실체보다는 ‘AI’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적인 희소성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혁명의 동력과 철도 광기의 비극
19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철도 광기(Railway Mania)는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대중의 탐욕과 결합하여 파멸을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철도는 당시 시공간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바꾼 신기술이었으며, 증기기관의 출현은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철도가 가져올 미래의 수익성에 환호하며 너도나도 철도 주식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베즐(Bezel)’이라 불리는 횡령과 부정한 회계 처리가 만연했습니다. 기업가들은 철도 노선이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보다,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배당금을 돌려막는 식의 사기를 일삼았습니다. 결국 수많은 노선이 중단되고 버블이 터졌을 때, 남은 것은 쓸모없는 철로와 파산한 서민들이었습니다.
현재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 산업에 쏟아지는 자금도 이와 유사한 경로를 밟을 위험이 있습니다. 우주 탐사와 위성 통신은 분명 혁신적인 분야이지만, 그 천문학적인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 실현 시점은 과거 철도 사업이 겪었던 자금난과 구조적 취약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기술의 가치와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을 분리해서 보지 못할 때,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닷컴 버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뿌리
1990년대 후반을 장식했던 닷컴 버블은 현대 투자자들이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는 교훈입니다. 단순히 회사 이름 뒤에 ‘.com’만 붙여도 주가가 수십 배씩 폭등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논리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므로 수익은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세상을 바꾸었지만,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당시의 광기는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의 경제적 법칙을 압도할 때 발생하는 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수익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유입된 투기 자본은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동시에 수많은 투자자의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금의 AI 열풍이 닷컴 버블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입니다. 닷컴 시대가 구축한 광대역 통신망과 컴퓨팅 인프라라는 ‘뿌리’가 있었기에, 오늘날 AI라는 거대한 ‘새싹’이 돋아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AI라는 새싹: 과거와는 다른 본질적 차이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AI 열풍이 과거의 버블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뿌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인프라 자체가 없었거나 매우 취약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AI는 이미 완성된 디지털 환경 위에서 탄생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고성능 GPU 등 이미 검증된 기술적 자산들이 AI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의 버블이 아무것도 없는 땅에 성을 쌓으려던 시도였다면, 지금의 AI는 이미 다져진 지반 위에 초고층 빌딩을 올리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실적은 AI가 단순히 허상이 아님을 증명하는 강력한 지표입니다. 다만, 이러한 실질적인 성장이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모든 비상장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체가 확인된 뿌리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싹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탐욕과 광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
어느 시대나 버블의 정점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억압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튤립 파동 당시 꽃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았고, 닷컴 버블 때는 “당신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현재 AI 기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이 관찰됩니다. 기술적 한계나 수익성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면 “AI의 잠재력을 모르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공격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집단 사고(Groupthink)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투자자들이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하고 군중 심리에 휩쓸리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보려는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막대한 자본이 걸린 상황에서는 더욱 강화됩니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시장은 건강함을 잃은 시장이며, 이는 곧 버블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위험 신호이기도 합니다.
비상장 주식 가치 평가의 모순과 위험성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픈AI와 스페이스X의 천문학적 기업 가치 평가는 주식 시장의 전통적인 가치 평가 모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배당도 없고 상장도 하지 않은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미래의 독점권’에 대한 베팅입니다. 만약 이들이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기대했던 수준의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그 충격은 상장 주식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장 주식은 유동성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위기 발생 시 탈출구가 없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수많은 벤처 캐피털이 장부상의 이익에 환호하다가 한순간에 파산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현재의 AI 가치 평가가 ‘희망’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확신’에 근거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수십조 원의 가치는 그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여야 하지, 투자자들끼리 주고받는 폭탄 돌리기의 가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술적 뿌리에서 돋아난 AI의 미래 가치 분석
우리는 AI를 닷컴이라는 거대한 나무에서 돋아난 가장 강력한 가지로 보아야 합니다. 1990년대에 깔린 광케이블이 2010년대의 모바일 혁명을 낳았고, 이제 그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AI라는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인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근본적인 도구임을 의미합니다.
데이터 기반의 신뢰성은 현재 AI 산업이 가진 가장 큰 자산입니다. 매일 수십억 건의 프롬프트가 처리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AI를 통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튤립이나 초기 철도 사업이 가졌던 ‘추상적인 기대감’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가지가 아무리 튼튼해도 나무 전체의 영양분이 고갈되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부러질 수 있습니다.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과 금리 변동성이라는 환경적 요인은 AI라는 새싹이 자라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현명한 투자자와 광기 어린 투기꾼의 기로
인간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통제되지 않는 탐욕은 자멸을 초래합니다. 철도와 닷컴이 그러했듯, AI 역시 인류 문명을 한 단계 진보시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의 왜곡’과 ‘군중의 광기’는 기술의 가치와는 별개로 우리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지금은 AI라는 신기술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낼 때가 아니라, 기술의 실체를 분석하고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숨겨진 거품을 가려내야 할 시점입니다. “당신이 기술을 아느냐”는 비아냥에 흔들리지 말고, 기업의 현금 흐름과 실질적인 기술 구현 능력을 데이터로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버블은 언제나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울 때 터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통찰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현재 여러분이 주목하고 있는 AI 기업의 가치가 ‘실체’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환상’에 근거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자료
찰스 맥케이, “대중의 미망과 광기”, 이윤섭 번역, 필맥, 2018
에드워드 챈슬러, “금융 투기의 역사”, 강남구 번역, 국일증권연구소, 2021
로버트 쉴러, “비이성적 과열”, 이강국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2014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