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이야기

거품인가, 혁신인가? AI 붐을 닷컴 버블에 빗대는 3가지 핵심 이유

역사적인 데자뷔, 기술 광풍의 그림자

오늘날 전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있습니다.  마치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찼던 것처럼 보입니다. AI 기술은 단순한 발명을 넘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선 듯합니다. 수많은 AI 관련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가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바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환합니다.

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의 그림자입니다. 당시에도 눈부신 기술 혁신이 있었지만 결국 과도한 투기와 고평가로 인해 시장이 붕괴했습니다. 전문가들이 현재의 AI 붐을 닷컴 버블에 빗대는 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이는 기술의 잠재력이 아니라, 자본 시장이 기술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술적 혁신과 금융적 광기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 붐이 닷컴 버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 가지 핵심적인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것입니다.

 

 

첫 번째 이유: 수익 없는 ‘잠재력’에 대한 비이성적 고평가

AI 붐이 닷컴 버블과 가장 유사한 점은 기업 가치 평가 방식에 있습니다.  닷컴 버블 시기 투자자들은 회사가 당장 돈을 벌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는지, 즉 ‘잠재적 트래픽’에만 집중했습니다.  당장의 순이익은 없고 미래에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이 전부였습니다. 현재의 AI 시장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뛰어난 AI 모델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대규모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명확한 사업 모델로 연결되는 경우는 아직 드뭅니다.

투자자들은 기술이 미래에 가져올 혁신적인 변화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성형 AI 관련 기업들의 기업 가치 대비 주가수익비율(P/E ratio)은 매우 높습니다. 이는 수십 년 치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끌어와 계산한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고평가는 기업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낼 때 치명적인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름만 그럴듯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수익 모델의 부재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AI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이 아직은 클라우드 서비스나 인프라 판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애플리케이션 단계에서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의 속도는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바로 ‘버블’이라는 이름을 낳는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 혁신 속도를 가로막는 인프라 병목 현상

 

닷컴 버블 시기의 혁신은 느린 인터넷 속도와 제한된 인프라에 발목 잡혔습니다.  인터넷 백본망이 구축되기 전, 전화선을 이용한 느린 다이얼업 접속은 대규모 서비스 확산의 걸림돌이었습니다. 기술은 준비되었으나 물리적인 ‘파이프’가 좁았던 것입니다. 오늘날 AI 붐의 병목 현상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데이터 접근성에서 나타납니다. 고성능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NVIDIA)와 같은 소수 기업이 생산하는 고가의 GPU가 필수적입니다.  이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곧 AI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AI 개발의 속도는 GPU 공급의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닷컴 기업들이 서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상황과 같습니다. GPU 공급 부족은 결국 AI 기술 개발을 소수의 거대 기업에게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종속성은 기술의 민주화를 저해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막대한 자본 없이는 거대 모델을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인프라의 희소성은 곧 비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이는 AI 관련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대중적인 확산에 제약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 후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자체적인 서버와 인프라를 구축했던 소수였습니다. AI 시대에도 인프라 통제력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 이유: ‘AI 워싱’과 투기적 자본의 쏠림 현상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이름에 ‘.com’을 붙였습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사업 내용과 관계없이 인터넷과 관련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유행에 휩쓸려 자금을 쏟아붓도록 유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AI 워싱(AI Washing)’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기존 사업 모델에 최소한의 AI 기능을 추가하거나 심지어는 AI와 무관한 기업들까지도 스스로를 ‘AI 기업’으로 포장합니다.

 

이는 기술의 본질보다는 시장의 광풍에 편승하여 자본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이러한 행태는 거품의 가장 명확한 신호 중 하나입니다. 비이성적 과열은 벤처 캐피털(VC) 시장에서도 관찰됩니다. 막대한 자금이 AI 분야로만 쏠리면서 투자의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허술한 사업 계획서만으로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AI’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투기적 자본의 쏠림은 결국 시장의 왜곡을 초래합니다. 수많은 AI 스타트업 중 실제로 혁신적인 기술을 갖추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기업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버블이 터지는 순간, 허울만 좋았던 수많은 ‘AI 워싱’ 기업들은 자본 조달에 실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닷컴 버블의 교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투기 심리’에 있었습니다. 이 심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은 남고 거품은 사라진다

AI 붐을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비관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현명한 시장 참여를 위한 건설적인 경고입니다. 인터넷 기술 자체가 버블이 아니었듯이, AI 기술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 중 하나임은 명백합니다.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쳐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버블의 위험성은 AI 기술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금융 시장의 과열에 있습니다.


수익성 없는 고평가, 혁신을 지연시키는 인프라 병목, 비이성적 투기가 만들어낸 ‘AI 워싱’ 기업들입니다. 결국 거품은 꺼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후에도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살아남아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닷컴 버블 이후 아마존, 구글, 이베이 같은 진정한 혁신 기업들이 살아남아 오늘날의 기술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AI 시대에도 거품이 걷히고 나면 진정한 기술력과 확고한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투자자와 일반 대중 모두는 기술의 환상에만 사로잡히지 않아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AI의 본질적인 가치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별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혁신에 환호하되, 동시에 금융적 광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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