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는 현재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수요의 급증으로 인해 유럽 내 새로운 데이터 센터의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하며 전력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현지 에너지 기업들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벨기에 전력망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벨기에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구글의 에너지 전략을 심층 분석하고 브뤼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종목들을 통해 실질적인 투자 기회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벨기에 데이터 센터 시장의 급성장 배경과 FLAP-D의 대안
유럽 데이터 센터 시장은 전통적으로 FLAP-D(프랑크푸르트,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더블린)라 불리는 5대 거점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이들 지역은 심각한 전력 부족과 토지 부족, 그리고 엄격한 환경 규제라는 삼중고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암스테르담과 더블린은 신규 데이터 센터 건설에 대한 사실상의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하거나 전력 할당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벨기에는 지리적 이점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벨기에는 북해 풍력 발전 단지와 인접해 있어 재생 에너지 수급이 용이하며, 유럽의 심장부라는 위치 덕분에 초저지연 광섬유 네트워크망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2025년 기준 벨기에 데이터 센터 인프라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은 단순히 데이터 저장 공간의 확장을 넘어, 단위 면적당 전력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과거 일반적인 데이터 센터 랙(Rack)당 전력 밀도가 5~10kW였다면, 최신 AI 서버를 수용하는 데이터 센터는 30~50kW 이상의 고전력 사양을 요구합니다. 벨기에 전력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러한 고밀도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송전망 현대화 작업이 유럽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에네코의 전략적 협력: 24/7 탄소 프리 에너지 전략
구글(Google)은 벨기에 데이터 센터 시장의 선구자입니다. 구글은 이미 생길랭(Saint-Ghislain)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며, 최근 파르시엔(Farciennes) 지역에 새로운 AI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약 50억 유로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구글의 행보 중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에너지 공급업체인 에네코(Eneco)와의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입니다.
구글은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 센터를 24시간 내내 탄소 없는 에너지(Carbon-Free Energy, CFE)로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벨기에 내 3개의 육상 풍력 발전 단지로부터 총 54MW 규모의 청정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력 가격의 변동성 리스크를 헤지(Hedge)하고 안정적인 AI 연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 깔린 전략입니다.
에네코와의 협력은 벨기에 내 재생 에너지 생태계를 강화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WS) 등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들이 벨기에의 풍력 및 태양광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벨기에 전력망 운영사와 에너지 생산 기업들에게 장기적인 매출 가시성을 제공하며, 주식 시장에서도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전력망 현대화 과제
벨기에 정부는 데이터 센터를 국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디지털 벨기에(Digital Belgium)’ 이니셔티브에 따라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폐열을 활용한 지역 난방 시스템 구축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전력망(Grid) 안정성에 큰 도전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벨기에 국영 전력망 운영사인 엘리아(Elia)는 최근 데이터 센터 전력 할당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2022년 이후 그리드 연결 요청이 9배 이상 급증함에 따라, 무분별한 선점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전용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실제 전력 소비 효율(PUE)이 우수한 기업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태양광 33.6GW, 해상 풍력 증설 등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특히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아일랜드(Princess Elisabeth Island)’ 프로젝트와 같은 세계 최초의 인공 에너지 섬 구축은 벨기에 전력 시장의 공급 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국책 사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브뤼셀 증권거래소 핵심 투자 종목 분석
한국 투자자들이 벨기에 데이터 센터 및 전력 시장 성장의 과실을 따기 위해서는 브뤼셀 증권거래소(Euronext Brussels)에 상장된 우량주를 공략해야 합니다. 다음은 데이터 센터 붐과 전력 인프라 확장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3대 핵심 종목입니다.
엘리아 그룹 (Elia Group, Ticker: ELI)
엘리아 그룹은 벨기에 전력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이자 전력망 운영의 핵심입니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독일 동부의 송전망 운영사(50Hertz)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유럽 전체 에너지 전환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투자 포인트: 데이터 센터가 전력망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엘리아의 승인과 시설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는 일종의 ‘독점적 통행세’ 구조를 가집니다. AI 수요로 인해 송전망 강화가 필수적이 되면서 엘리아의 규제 자산 기반(Regulated Asset Base, RAB)은 향후 수년간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 강점: 공공재 성격의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수익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며, 배당 수익률 또한 매력적입니다. 2025년 기준 대규모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 등급 BBB 수준을 유지하며 저금리 자금 조달 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리스크 요소: 정부의 규제 수익률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위기와 AI 인프라 확충 시급성을 고려할 때 기업에 불리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엔지 (Engie, Ticker: ENGI)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벨기에 전력 생산의 약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벨기에 내 원자력 발전소 운영 및 다수의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투자 포인트: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의 PPA 계약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공급사입니다. 최근 벨기에 정부와 원자력 발전소 수명 연장(Doel 4, Tihange 3)에 합의하며 베이스로드(Baseload)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AI 데이터 센터가 요구하는 ‘중단 없는 전력’ 공급에 필수적입니다.
성장성: 화석 연료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및 풍력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향 에너지 솔루션(냉각 시스템, 에너지 효율 관리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며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주가 현황: 유럽 에너지 위기 이후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어, 배당 수익과 자본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구간입니다.
WDP (Warehouses De Pauw, Ticker: WDP)
벨기에를 대표하는 물류 및 산업용 부동산 리츠(REITs)입니다. 단순한 창고 임대를 넘어, 최근 데이터 센터 부지 개발 및 ‘에너지 서비스(Energy as a Service)’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투자 포인트: 데이터 센터 운영자들에게 가장 큰 진입 장벽 중 하나는 전력망 연결 권한이 확보된 부지입니다. WDP는 벨기에 전역의 전략적 요충지에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붕형 태양광 설비를 통해 자체 전력을 생산해 데이터 센터 고객에게 공급하는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배당 매력: 벨기에 리츠법에 따라 이익의 80% 이상을 배당하므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합니다.
AI 시너지: 전자상거래 물류 자동화와 AI 데이터 인프라가 결합된 ‘스마트 산업 클러스터’ 개발의 최대 수혜주입니다.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 효율과 기술적 진보의 함의
투자자의 관점에서 벨기에 시장을 볼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지표가 바로 전력 사용 효율성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입니다. PUE는 데이터 센터가 사용하는 전체 전력 중 IT 장비에 실제 쓰이는 전력의 비율을 나타내며, 1.0에 가까울수록 효율적입니다.
PUE = Total Facility Power / IT Equipment Power
벨기에 정부는 신규 데이터 센터에 대해 PUE 1.2 이하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쿨링 기술(액체 냉각, 침전 냉각 등)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 현지의 냉각 솔루션 파트너사나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장사가 아닐지라도 엘리아나 엔지와 같은 대형 기업들의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센터의 백업 전원 장치(UPS)가 과거의 디젤 발전기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벨기에는 유럽 내에서 ESS 그리드 서비스 시장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가 유휴 시간에 저장된 전력을 그리드에 되팔아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VPP, 가상 발전소)은 벨기에 상장 에너지 기업들의 추가적인 업사이드(Upside) 요인입니다.
한국 투자자를 위한 벨기에 주식 투자 실무 가이드
벨기에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주식에 비해 생소할 수 있지만, 현대 금융 인프라 덕분에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증권사 선택 및 해외 주식 서비스 신청: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글로벌 데스크를 통해 브뤼셀 증권거래소 거래가 가능합니다. 단, 온라인 직접 매매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오프라인 주문 수수료와 환전 비용을 미리 체크해야 합니다.
유로화(EUR) 환전 및 세금: 벨기에 주식은 유로화로 거래됩니다. 배당금의 경우 벨기에 현지에서 원천징수세(일반적으로 30%, 조세조약에 따라 감면 가능)가 발생하며, 한국 내 종합소득세 합산 여부를 고려해야 합니다.
정보 접근: Euronext 공식 홈페이지나 ‘L’Echo’와 같은 벨기에 현지 경제 매체를 통해 공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제공되는 Investor Relations(IR) 자료가 매우 충실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십시오.
환율 리스크: 유로-원 환율의 변동성이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 기업들의 실적이 견고하고 AI라는 거대한 메가트렌드에 올라타 있다는 점이 환차손 위험을 상쇄할 만큼의 강력한 투자 근거를 제공합니다.
투자 인사이트: 벨기에는 제2의 더블린이 될 것인가?
벨기에는 단순히 FLAP-D의 빈자리를 채우는 대안을 넘어, AI 시대의 ‘에너지-데이터 융합 허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에네코와 손을 잡고 수조 원을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안정적인 전력, 친환경 에너지 자산,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삼박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서버 제조사나 칩 제조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AI의 혈액인 ‘전력’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인프라 기업들이야말로 하이드레이션(Hydration) 단계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입니다. 브뤼셀 증권거래소의 엘리아 그룹, 엔지, WDP는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 종목입니다. 2026년까지 예정된 대규모 전력망 투자와 데이터 센터 가동은 이들 기업의 실적을 한 단계 더 점프시킬 것입니다.
지금 벨기에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유럽의 디지털 심장을 선점하는 것과 같습니다. 데이터는 국경을 넘나들지만, 그 데이터를 돌리는 전력망은 물리적인 영토에 귀속됩니다. 벨기에가 가진 ‘인프라의 힘’에 투자를 검토 할 시기입니다.
참고자료
DC Market Insights, “Belgium Data Center Infrastructure Market Size and Forecast 2035”, (2025). https://www.dcmarketinsights.com
PVKnowhow, “Google Eneco Belgium Renewable: Impressive 10-Year Deal”, (Oct 2025). https://www.pvknowhow.com
Sparagus Blog, “Belgium considers energy limits for data centres: what’s next?”, (Nov 2025). https://www.sparagus.be
Elia Group, “Quarterly Statement Q3 2025 and 2026 Grid Outlook”, (Nov 2025). https://www.eliagroup.eu
Mordor Intelligence, “Belgium Data Center Power Market Analysis 2026-2031”, (Jan 2026). https://www.mordor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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