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키스탄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전력 요금 개편안은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예상치 못한 강력한 인플레이션 압박과 중산층 가계의 심각한 생계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번 조치가 왜 하필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IMF의 요구 조건이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파키스탄의 전력 에너지 구조와 글로벌 경제 기조를 바탕으로 이번 개편안이 가계와 산업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하여 독자 여러분의 통찰력을 넓혀드리고자 합니다.
IMF의 보조금 삭감 압박과 파키스탄의 선택
파키스탄 경제는 현재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혹독한 조건들을 충족해야 하며, 그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바로 에너지 부문의 막대한 보조금을 철폐하는 것입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누적된 전력 부문의 순환 부채(Circular Debt)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그동안 기업들이 가계의 전력 비용을 보조해주던 이른바 ‘교차 보조금’ 시스템을 종료하는 것입니다.
옵티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Optimus Capital Management)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계획이 시행될 경우 약 1,020억 루피(한화 약 4,8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이 제거됩니다. 이는 정부 재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계로 전이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이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인 에너지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IMF는 파키스탄의 전력 공기업들이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내수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파키스탄은 이미 지난 2023년 루피화 약세와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4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제 겨우 5.8% 수준으로 둔화된 물가 상승률이 이번 전기료 개편으로 인해 다시 1.1%포인트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산층의 몰락: 50% 이상의 요금 인상 압박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계층은 역설적으로 파키스탄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 가구들입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아르자켈(Arzachel)의 데이터에 따르면, 월간 전력 사용량이 100~300유닛 사이인 가구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요금이 최대 76%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서 요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대다수의 주거용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고정비 성격의 요금이 신설되거나 대폭 인상되면서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이 급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월 100유닛 이하를 사용하는 초저소득층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파키스탄 전력규제위원회(NEPRA)는 기존에 고정 요금이 없었던 1~100유닛 사용자들에게도 월 400루피의 고정 요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부담입니다. 중산층 가구 전체적으로는 평균 50% 이상의 전력 비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식료품이나 교육비 등 다른 필수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경제 수치를 넘어 사회 전반의 구매력 저하를 가져옵니다. 리뉴어블스 퍼스트(Renewables First)의 에너지 금융 전문가 아흐타삼 아마드(Ahtasam Ahmad)는 “2022년 이후 지속된 고물가 상황에서 가계의 구매력이 이미 바닥난 상태”라며, 이번 전력 요금 개편이 인플레이션의 복합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산층의 지갑이 닫히면 결국 서비스업과 내수 산업 전체가 침체에 빠지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의 빛과 그림자
반면, 파키스탄 정부는 산업계의 전력 요금을 13~15%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파키스탄의 제조업, 특히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텍스타일(섬유) 업계는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베트남이나 인도 등 경쟁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습니다. 산업계의 에너지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수출을 촉진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국가 전체의 무역 수지 개선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제조업체들의 비용이 절감되면 고용 유지나 설비 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혜택이 실제로 수출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합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해외 수요 자체가 둔화된 상황에서 단순히 에너지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산업 지원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경우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대될 위험도 큽니다.
결국 파키스탄 정부는 ‘수출 주도형 성장’과 ‘사회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료 인하가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중산층의 고통만 가중시킨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산업계 역시 요금 인하의 혜택을 단순히 이익 보전으로 사용하기보다는 공정 효율화와 기술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태양광 정책의 대전환과 ‘그리드 이탈’의 위험
이번 개편안에는 옥상형 태양광 사용자들에 대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파키스탄에서는 전기료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산층 이상을 중심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기존에는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리드(국가 전력망)로 보낼 때와 가져올 때의 가치를 동일하게 쳐주는 방식이었으나, NEPRA는 이제 그리드로 수출하는 전기의 단가를 대폭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국가 전력망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태양광 설치가 늘어날수록 전력 공기업으로부터 전기를 사 쓰는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유틸리티 기업들의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즉시 이 결정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며, 46만 명의 태양광 사용자가 3,760만 명의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 강화가 오히려 ‘완전한 그리드 이탈(Grid Defection)’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르자켈은 지나치게 높은 고정 요금과 태양광 혜택 축소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국가 전력망과의 연결을 끊고 독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그리드를 떠나기 시작하면, 남겨진 부채와 운영 비용은 시스템을 떠날 여력이 없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더욱 집중되게 됩니다. 이는 전력 시스템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심각한 위기 요인입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향한 과제
파키스탄의 이번 전력 요금 개편안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국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려는 처절한 시도이자 동시에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IMF가 요구하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중산층의 붕괴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진다면, 아무리 산업 지표가 좋아진들 그것을 성공한 정책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전력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선행하고, 에너지 생산 믹스를 다변화하여 근본적인 생산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또한, 태양광과 같은 재생 에너지를 억제하기보다는 그리드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 도입 등 혁신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파키스탄의 경제가 이번 위기를 딛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에너지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발표할 구체적인 보완책과 IMF와의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남아시아 경제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파키스탄의 사례를 통해 에너지 안보와 가계 경제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Optimus Capital Management, “Inflationary impact of Pakistan’s power price overhaul” ,2024. https://optimus.pk
National Electric Power Regulatory Authority (NEPRA), “New fixed charges and solar net-metering regulations”, February 2026. https://www.nepra.org.pk/
Arzachel Energy Consultancy, “Impact analysis of electricity rate hikes on middle-class households”, 2026. https://www.arzachel.org/
Renewables First, “Energy Finance Program Lead Statement on Purchasing Power Decline”, February 2026. https://renewablesfirst.org/
Reuters Sustainable Switch, “Pakistan’s power price proposals and ESG trends”, https://www.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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